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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땅」이 신춘정국 새 암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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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순자씨의 가등기한 안양땅 폭로 사건으로 전두환씨의 재산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게됐다.
전씨 측근이나 민정당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 며 이 사건으로 5공비리 문제가 재연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야당측은 이를 물고 늘어져 여당의 5공특위 종결방침에 제동을 걸고 다시 공세를 펼칠 태세다.
이로 인해 전씨의 은닉재산이 다시 문제되고 특검제 수용과 전씨 재산 전면 재조사 요구로 정가에 파문이 번져가고 있다.
특검제 저지 등 특위정국 종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정당은 이순자씨 땅사건이 터지자 『이 무슨 악재냐』는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
민정당은 16일 아침 당직자 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전 전대통령의 법정대리인인 이양우 변호사와 긴밀히 협의, 이변호사로 하여금 해명케 했다.
민정당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이순자씨 가등기」부분은 이규동씨가 땅을 사 아들 이창석씨 명의로 해줬으나 아들이 땅을 팔지 못하도록 응급조치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으면서『백담사에 전화해 보았더니 전씨 내외는 가등기 사실조차 모르고 있더라』 는 이변호사의 해명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민정당은 결론적으로 『이순자씨 명의로 가등기가 되어 있지만 소유주는 이창석씨이므로 전 전대통령이 자신의 재산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야당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민정당은 이변호사와 함께 「이규동씨 구임」을 입증해줄 수 있는 당시의 중개인을 찾아나서는 한편 17일에는 법무장관으로 하여금 조사결과를 발표하도록 해 파문의 진화를 모색.
그러나 이같은 해명과 해결방법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내심 걱정하고 있다.
법률적인 소유권이야 어떻든「이순자」란 이름의 사실상의 관련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모든 것 다 내놓았다』며 사과, 은둔했던 전씨 부부니 이제는 더이상 문제삼지 말자고 호소해 왔던 민정당으로서는 야당측이 벌써 특검제와 전·최씨 직접 증언 공세를 강화하자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이종찬 총장은 『아무리 내용이 별게 아니더라도 야당 측은 특검제 등을 더욱 치고 나올 것』이라고 걱정.
민정당으로서는 야당측이 밀어 붙인다해도 특검제와 전·최씨 직접증언을 반대, 특위를 종결시킨다는 입장에는 추호도 후퇴가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이지만 정치적 명분은 다소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야3당은 이씨의 은닉재산 발견을 교착상태의 특위정국을 자기편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활용, 대여 적극공세를 펼치고 있다.
야당측은 문제의 안양 땅을 전·이씨의 교묘히 위장된 부동산이라고 단정, 검찰 수사로 특위정국을 마무리하려는 민정당의 기도를·차단하는 한편 특검제도입·전씨의 국회증언을 관철하려는 기세다.
야권은 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땅이 이창석씨가 아닌 이순자씨의 실제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등기의 개념에 따라 법적 소유주는 이창석씨라고 주장한 전씨 측근 쪽과 민정당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이며 「소유권 이전청구권 가등기」의 효과를 제대로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를 폭로한 김법환 의원은『청구권가등기는 「제소전 화해」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실제소유」가 이순자씨임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반박이다. 물론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재산은닉의 흔한 수법을 사용,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비판이다.
안양땅의 노출로 인해 백담사로 떠날 때의 재산반납 내용이 담긴 전씨의 대국민 사과문은 신뢰를 상실, 의혹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전씨 부부를 뺐던 검찰 5공수사의 한계를 국민들도 실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특검제 도입을 위해 검찰수사를 격하·비난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야권은 이를 유력한 공세무기로 삼으면서 5공비리의 본질을 전씨 가족의 국내외 은닉재산·축재세로 새롭게 초점을 맞춰 수사확대의 필요 = 특검제 도입으로 끌어갈 작정이다.
김의원의 안양땅 폭로로 「한건」올린 민주당 측은 당내 5공 특위에 전씨부부 은닉재산 소위를 구성하는 등 주도권을 쥐고 나가고 있고 평민·공화당도 김의원의 폭로직후 대변인 성명으로 특검제 관철을 다시 요구해 야권공조를 확인했다.
야당 측은 특히 전씨의 백담사행 직후 노대통령의 시국 특별담화에서『국내외에 그가 밝히지 않는 재산이 있는지의 여부는 정부가 국민 여러분의 협조로 가릴수 있을 것』이라는 대목을 걸어 특위종결로 나가려는 노정부와 민정당의 발목을 잡아채고 있다.
국회에서 폭로돼 새로운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순자씨의 안양땅 8천평에 대해 정부당국의 입장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가등기 권리는 소유권과는 다르기 때문에 공직자 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무처 한 당국자는 『전두환씨의 등록재산은 지난해 11월 스스로 밝힌 재산목록이 전부인 것으로 안다』고 밝혀 문제의 안양 땅이 등록재산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공직자 윤리법에 의한 등록의무 재산은 소유개념이 분명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의 안양땅 소유자는 부동산 등기법상 이창석씨이고 이순자씨는 재산등록에 포함시킬 의무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만일 「사실상」의 소유자가 이순자씨였다면 당연히 등록 재산에 포함됐어야 한다는 게 총무처 당국자의 견해다.
정부는 이번 안양땅 문제를 계기로 전두환씨가 국가에 헌납한 재산의 조속한 후속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정부 한 당국자는 『전씨가 헌납한 재산은 크게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 재산과 그렇지 않은 재산 (정치자금 1백39억원 지칭)으로 나누어 처리할 계획』이라며 『정치자금 1백39억원은 이미 국고에 귀속시켜 장애자 복지기금으로 돌리도록 방침을 세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희동 사저 등 전씨 개인소유로 되어있는 재산은 헌납의 구체적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백담사측과 협의가 필요한데 아직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진·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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