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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대못 안 뽑고, 경제자유구역 일자리 2배로 늘린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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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2027년까지 국내·외 기업 투자 80조원을 유치하고 일자리 27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는 미미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2018~2027 기본계획 확정 #투자 80조 유치, 입주기업 2배로 #규제완화·조세감면 혜택 미미 #마산·군산 등 고용위기지역 소외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열린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2018년~2027년)을 확정했다. 계획 기간을 10년으로 하는 기본계획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응 테스트베드 구축 ▶혁신 생태계 조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 ▶추진체계 선진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13만명인 경제자유구역 입주기업 일자리를 2027년 27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입주 기업은 같은 기간 4729개에서 9988개로 늘리기로 했다. 조웅환 산업부 정책기획팀 과장은 “기존 1차(2013년~2022년) 계획이 개발 위주고 기반시설 지원 중심이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2차 계획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자 중점유치 업종을 신산업·서비스업 중심으로 조정했다. 인천(바이오·헬스·드론·스마트시티), 대구·경북(미래 자동차·스마트시티), 광양만권(에너지 신산업), 황해(스마트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기업 투자를 끌어낼 유인이 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차 계획에서 외국 교육기관, 의료기관 유치를 내세웠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은 한국에 투자를 결정할 때, 노사관계나 거버넌스(국가경영·행정)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주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번 2차 계획에서는 국내 기업 및 기관 유치로 눈을 돌렸는데 정작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산업부는 보도자료에서 “외국 투자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국내 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 조세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전무”하다는 점을 ‘추진상 한계’로 지목했다. 외국인 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중점 유치 분야를 중심으로 일괄적인 인센티브 체계(조세· 현금지원 등)를 운영해 성과를 거둔 홍콩·싱가포르와는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건 ‘기업 투자 80조원’에서는 국내 기업이 4분의 3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 수치를 달성하려면 국내 기업 투자는 2013~2017년 19조7000억원에서 2018~2027년 64조원으로 225% 늘어야 한다. 같은 기간 외국 기업 투자는 93억 달러(10조4000억원)에서 152억 달러로 증가율이 63%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기업 팔목 비틀기 식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면 오래 가지도 못할뿐더러 정책 효과만 반감된다”며 “장기적인 경제 정책일수록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지역이 편중된 것도 문제다. 지역별 입주기업을 보면 인천과 부산 두 곳이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마산·군산 등 정작 고용 위기 지역은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에서 소외돼 있다. ‘규제 대못’도 여전하다. 부산항 경쟁력 강화회의에 따르면 “농·임·축산물 제조가공은 자유무역 지역 입주를 제한한다”는 지침 때문에 최근에도 부산항에서 로스팅 커피 등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범부처 간 협업도 지지부진하다. 경제자유구역청이 제도개선을 요청한 과제 154건 중 86건은 현재 미결 상태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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