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 김동연 메모 안하고, 말하는 장하성 응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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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사진 뉴시스]

4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사진 뉴시스]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교체임박설이 나돌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다른 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장하성 작심 발언에 옅은 미소만 #후임 거론되는 홍남기는 받아적어

지난 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가 소집됐다.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배석했지만, 이날 관심은 온통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에게 쏠렸다. 청와대의 ‘경제라인 교체설’이 나돌면서다. 공교롭게도 이날 회의에는 후임 경제부총리로 거론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참석했다.

장하성 실장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장장 6분 40초간 발언을 이어갔다. 장 실장은 “경제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영세 자영업자, 서민의 삶이 힘겹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도 “경제가 어렵다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께 돌려주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집행이 당연하다”며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여전히 2%대 후반의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누적된 모순은 시장에서 만들어졌다.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가 열렸다 [사진 뉴시스]

지난 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가 열렸다 [사진 뉴시스]

장 실장의 이날 발언은 이해찬 대표(2분 50초), 이낙연 총리(3분 15초)의 발언 시간과 비교했을 때 배가 넘었다. 한 참석자는 장 실장의 발언을 두고 “마치 고별사를 듣는 것 같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장 실장이 발언하는 동안 김동연 부총리는 미동 없이 장 실장을 바라봤다. 김 부총리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정면을 바라보거나 발언 중인 장 실장을 응시할 뿐 다른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김 부총리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홍남기 실장은 장 실장이 발언하는 동안 필기구를 든 채 지속적으로 메모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이 거취에 대해 묻자 “(1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끝나고 한 얘기 그대로”라고 했다. 당시 그는 “지금 상황에서 책임지고 싶지 않겠나.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고 답했다. 장하성 실장은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는가’라고 물은 질문에 “인사 문제는 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인사 문제를 내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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