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개되는 북·미 대화, 이선권 망언부터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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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르면 7~8일 미국과 북한이 뉴욕에서 만날 것이라고 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 만남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달 7일 폼페이오의 4차 방북 한 달 만에 찾아온 진전이다.

이번 대화는 미국의 중간선거(6일) 직후, 한반도 주변 정세의 큰 흐름이 바뀌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타협을 모색 중이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행정부는 더는 ‘레토릭’이 아닌 실질적 대북 협상을 펼칠 공산이 크다. 물론 북·미는 여전히 팽팽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검증으로 확인할 때까지 제재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적대 세력들이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광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과에 따라 본격 협상의 전기가 될 수도, 심각한 교착 국면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참에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북한 이선권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했다는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는 발언 논란이다. 우리는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런데 여당의 원내대표는 “재벌 총수 3~4명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며 북한 편에 서서 해명하고, 여당 인사들과 진보 언론은 ‘원래 거친 사람이라 농담조로 한 얘기’ ‘과장된 가짜뉴스’라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선권이 김태년 민주당 정책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그런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남쪽 여론이 악화되면 남북관계가 헝클어지고 대북 투자도 어렵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 관계를 추동한다고 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이선권의 망언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마저 갈림길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