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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카드가 위조신용카드로 변신…수백만원 인출한 외국인 덜미

중앙일보

입력

2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서희동 경위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신용카드 수백장을 위조한 루마니아인 검거와 관련해 압수물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서희동 경위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신용카드 수백장을 위조한 루마니아인 검거와 관련해 압수물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페·의류매장 멤버십 카드에 외국인 신용정보를 덮어씌워 위조 신용카드를 만든 후, 국내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수 백만원을 빼낸 외국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카페·의류매장 카드에 외국인 정보 입력 #IC칩 없이 외국인은 인출 가능 '허점' 노려 #189회 시도 중 21회 670만원 인출 성공해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9월과 지난달에 위조 신용카드로 서울 강남·명동 등 번화가 ATM에서 189회에 걸쳐 3690만원 가량을 인출하려 한 혐의(여신금융업법 위반)로 루마니아인 A씨(38)와 B씨(31·여)를 붙잡았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21차례에 걸쳐 670만원을 인출하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시도는 승인거절로 미수에 그쳤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지난 9월17일과 지난달 12일 각각 한국에 들어와 서울 일대 호텔에 묵으면서 미국·유럽 발행 해외 신용카드를 위조했다. 먼저 이들은 해외에 있는 조직원이 보내준 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e메일로 받았다. 이후 마그네틱 선이 있는 카페·의류매장 멤버십카드를 구해와, 구입한 리더기·라이트기로 이 카드에 개인정보를 덮어씌웠다.

이들은 일부 ATM에서 IC칩이 부착되지 않은 마그네틱 카드로도 현금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현재 내국인의 신용카드는 IC칩이 부착돼 있어, 이 칩이 인식돼야 인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 명의 카드는 일부 ATM에서 IC칩 없이 마그네틱만으로도 돈을 뽑을 수 있다. IC칩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의 관광객이나, IC칩이 손상된 카드를 지닌 외국인을 위한 카드사의 정책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ATM 한 곳에서 30만원 가량 소액으로만 한 두차례 인출하고 다른 기기로 이동했고, 거래 전표까지 모두 가져가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범행 발각이 쉽지 않은 은행 업무 마감시간이나 공휴일에 집중적으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인터폴(루마니아 범죄정보국)에서 B씨의 입국 동향과 국내에 있던 A씨의 신원 정보를 통보받았다. 수사 착수 일주일 만에 출국을 앞두고 있던 피의자들을 은신처에서 긴급체포했고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위조카드·현금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루마니아 인터폴과 국제위조카드 사건을 공유하면서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피의자들은 재판과 처벌을 받은 후 강제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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