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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찔끔’ 요실금, 비만·변비 잡고 항문 조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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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호 23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주부 김주희(65·가명)씨는 요즘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가을이 무르익어 산·공원에 놀러 가자는 사람이 많지만 선뜻 응하지 못한다. 요즘 들어 소변이 찔끔찔끔 새는 요실금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얘기하다 웃거나 운동을 할 때, 재채기를 할 때 수시로 소변이 새 속옷을 축축하게 만든다. 속옷을 빨리 갈아입지 않으면 불쾌한 냄새가 진동을 해 난처해진다. 김씨는 “민망하고 부끄러워 병원에 가는 걸 차일피일 미뤘더니 증상이 심해진 것 같다”며 “주변에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꽤 많다”고 말한다.

방광에 압력 주는 변비가 악화 주범 #과일·채소 많이 먹고 커피 자제해야 #체중 5㎏ 감량하면 위험 10% 감소 #골반 단련하는 케겔운동도 효과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새는 현상을 말한다. 노인의 외출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요실금 증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요실금은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늙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김계환 교수는 “요실금은 어르신의 자유로운 바깥활동을 막을 뿐만 아니라 염증·과민성 방광 발생 같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며 “삶의 질과 밀접한 질환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교정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10명 중 한 명, 민망한 ‘찔끔찔끔’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방광에 저장됐다가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면 뇌에서는 배뇨감을 느낀다. 이때 화장실을 가면 방광이 수축하면서 소변이 나온다. 소변을 참는 것은 방광의 근육과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괄약근의 협동으로 조절된다. 요도 괄약근이 약해졌거나 척수신경이 손상된 사람은 의도하지 않게 소변이 새어 나오는 요실금에 시달린다.

요실금은 크게 복압성·절박성·일류성 요실금으로 구분한다. 아기를 출산한 여성이나 디스크 질환처럼 신경 손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복압성 요실금은 운동이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소변을 지리곤 한다. 이런 행동을 하면 복부에 압력이 올라가 방광이 눌리면서 소변이 샌다.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변을 지리게 된다. 일류성은 방광이 소변으로 가득 차 조금씩 흘러 넘치는 요실금이다. 당뇨병 합병증이 있거나 부인과 수술을 한 여성은 신경 손상으로 일류성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김계환 교수는 “요실금을 방치하면 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로감염이 생길 수 있다”며 “70~80대라고 해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인은 소변뿐만 아니라 대변이 새는 변실금으로도 고통을 받는다. 대변은 섭취한 음식물이 장에서 소화·흡수되고 남은 찌꺼기다. 대변이 장의 연동운동을 통해 직장과 항문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된다. 변실금은 항문 괄약근에 이상이 생기거나 괄약근을 조절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잘 발생하고 환자의 60%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괄약근 길이가 짧고 두께가 얇은 편이다. 또 임신과 분만의 과정을 거치면서 골반 근육이 많이 손상되고 신경이 늘어나 변실금이 빈번하게 생긴다.

변실금의 증상도 요실금과 비슷하다. 변을 참기 힘들고 화장실에 가기 전 실수하는 일이 잦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방귀나 변이 새어나오기로 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움직이기만 해도 변이 새어나올 정도로 심해질 수 있다. 변실금 환자는 화장실이 근처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 거의 집에서 생활하고 냄새 때문에 사회생활 자체를 꺼리게 된다.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최윤진 교수는 “변실금은 증상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항문 주변에 남아있는 대변으로 인해 피부 감염이나 방광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장 내시경·항문 직장 내압 검사 등 정확한 검사를 토대로 원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항문 조였다 풀기 10회, 하루 8~10차례 반복

요실금·변실금은 종류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변비는 요실금·변실금을 모두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변비가 있으면 변을 볼 때 힘을 줘 복압이 올라가고 방광이 자극을 받아 요실금이 심해진다. 변을 보기 위해 힘을 심하게 줬다 뺐다를 반복하면 골반 근육이 많이 쳐지고 여기에 연결된 신경까지 손상되면서 항문 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져 변이 샐 수 있다. 요실금·변실금 환자는 변비를 유발하는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이나 식사 대신에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요실금이 있는 사람은 체중 관리가 필수다. 비만하면 복압이 쉽게 상승하고 방광 주변의 신경이 잘 눌린다. 체중을 5㎏ 감량하면 요실금의 발생 위험이 10%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어 평소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방광을 자극하는 탄산음료나 구연산이 함유된 음료는 피해야 한다. 이뇨 작용을 유발하고 근육 신경을 흥분시키는 카페인, 특히 노인이 즐겨 마시는 믹스커피 역시 자제하는 게 좋다. 김계환 교수는 “요실금이 있으면 물을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고 오해한다”며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소변이 농축돼 증상이 더 심해지는 데다 변비가 생겨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변실금 환자는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꽤 많다. 평소에 채소처럼 식물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섭취하고 카페인, 술, 매운 음식, 우유 같은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은 요실금·변실금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복부나 엉덩이 근육은 사용하지 않고 항문과 질, 요도를 조이는 운동이다. 항문에 힘을 10초간 준 뒤 서서히 힘을 빼는 동작을 10회씩 하루에 8~10회 반복하는 것이 좋다. 최윤진 교수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개선이 안 되는 환자는 약물·수술 같은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며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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