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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110일 전쟁 ‘작은 타협’ 모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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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호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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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완전한 협상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30일 아르헨 G20서 양자 회담 #예고된 관세 부과 유보 여부 관심 #해빙 기대에 주요국 증시 일제 반등 #“북한에 대해서도 좋은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방금 길고 매우 좋은 대화(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삼회담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 측 언론은 “양국 사이에 작은 타협이라도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란 첸 연구원은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좋은 대화’ 언급은 내심 무역전쟁이 해결되길 원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타협안(초안)을 만들라고 경제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날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도 “두 나라 사이의 교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두 정상 모두 (전화 통화에서) 희망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개전 110여 일 만에 양국 수뇌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주가가 2일 일제히 가파르게 올랐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53%(71.54) 오른 209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5.05%(33.19) 뛰어 690.65에 이르렀다. 중국과 일본 주가도 이날 2.5% 넘게 뛰었다.

스티븐 브람스(국제관계학) 뉴욕대 교수는 2일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상대국 수출품을 겨냥한 관세 부과와 관세율 인상 예고 등 무역전쟁은 확대일로였다. 브람스 교수는 “중국 주가뿐 아니라 미국 주가마저도 무역전쟁 우려 탓에 가파르게 떨어졌다”며 "시장 불안이 두 사람의 대화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차원의 갈등이 아니란 점이 장기적·근본적 타협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보게 한다. 스티브 행크(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야망은 중국 경제를 미국에 버금가게 만드는 것”이라며 "반면에 트럼프는 시진핑의 야망을 꺾어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지식재산권 보호에서 중국의 획기적인 약속을 원한다. 지식재산권은 시진핑이 힘써 추진 중인 산업발전전략 ‘중국제조2025’와 직결돼 있다. 트럼프는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막기를 원한다. 또 중국 국유기업이 특혜 금융과 보조금 등을 바탕으로 저가에 생산한 제품으로 일으키는 수출시장 교란에도 불만이다. 행크 교수는 "트럼프가 내심 원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 자체의 포기”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두 정상의 회동 자체가 불확실했다. 백악관 등에서 회담 추진 사실이 흘러나왔지만 트럼프는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회담 소식으로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무역전쟁 개전 이후 첫 만남을 파국으로 끝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브람스 교수는 "두 사람이 또 다른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약속하며 대화 노력을 이어간다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트럼프가 경고한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 부과나 내년 1월로 예고된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 인상(10%에서 25%로)이 유보될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윗에 "북한에 대해서도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북 "핵·경제 병진 고려할 수도”=다음 주로 예고된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해 온 제재완화를 두고 양국 간 신경전은 계속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검증을 통해 확인할 때까지 대북제재는 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해체해야 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엄청나게 많다”며 "너무 늦지 않게 실제 검증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북한이 2일 “관계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고 반발하며 ‘병진’을 꺼내들었다. 핵·경제를 동시 발전시킨다는 노선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이를 포기하는 대신 경제성장을 위한 노선을 제시했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권정근 소장은 논평을 통해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4월의)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규·차세현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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