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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또 인도네시아 가정부 사형 집행…외교분쟁 점화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형이 집행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투티 투르실라와티. [미그런트 케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형이 집행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투티 투르실라와티. [미그런트 케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고용주를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성폭행하려던 고용주 살해” # 정당방위 주장 안 받아들여

사우디는 2011년과 2015년에도 폭언과 감금에 시달리다 고용주나 고용주 가족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가사노동자를 참수해 인도네시아와 외교 갈등을 빚었던 터라, 또 다시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점화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29일 살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투티 투르실라와티(33·여)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메카주 타이프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했던 투르실라와티는 2010년 5월 고용주를 둔기로 살해한 뒤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 체포됐다. 사우디에 돈을 벌러 온지 9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고용주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사우디 사법당국은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판단해 2011년 사형을 선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격분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31일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사전 통보 없이 사형을 집행한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주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도 초치해 항의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도 사우디 정부측의 행동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성명을 통해 “투티 투르실라와티의 처형은 우리 측에 통보도 없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사우디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5년 사우디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한 자국민이 사형된 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를 비롯한 21개 중동 국가에 대한 이주 노동자 송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 노동자가 해당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않아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내년 4월 총선·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강경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1100만여 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210만 명은 가사도우미로 알려졌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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