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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살자" 외친文···해법은 470조 수퍼예산과 인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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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세 번째 국회 시정연설의 핵심은 ‘함께 잘 살자’였다. 해법은 ‘인내’와 ‘세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1일 국회에서 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잘 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지만,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며 “이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소득주도ㆍ공정경제ㆍ혁신성장으로 요약되는 자신의 경제 기조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새롭게 경제기조를 바꿔 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령층 등 힘겨운 분들도 생겼다”면서다. 그러나 고용악화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가는 법”이라며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62조원이 줄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는 주가 폭락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한 뒤 “미국의 금리 인상, 미ㆍ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라는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했다.

해결책으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 5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문 대통령은 슈퍼 예산에 대해 “포용 국가로 가기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를 통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일자리 예산을 22% 증가한 23조 5000억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8월까지 7만개의 법인이 새로 생기고, 2조 2000억원의 신규 벤처투자가 이뤄졌다. 단지 혁신성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도착,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도착,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직접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는 이때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자는 간곡한 요청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국회가 꼭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적폐청산과 관련해선 “국민은 일상에서의 작은 불공정도, 조그마한 부조리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며 “권력 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 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 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산의 대상을 권력형에서 생활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채용 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생활적폐에 대한 개념을 밝혔고, 이날 “사회 전반에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생활적폐는 최근 논란이 된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과 사립유치원 비리 등이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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