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일수록 시험 횟수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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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 추세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제6차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영어교과가 편성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영어를 접하는 나이는 그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육이 발달하면서 현재의 교육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해 왔다. 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이론과 기법이 생겨나면서 과거 전통적 교육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 기법들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전통적 교육 방법에서 진일보한 것이 학습자 중심교육 이론이다. 일방적 지식 전달과 지시에 의한 학습보다 학습자의 개별적 필요와 특성에 따른 교육이 중시되는 것이다.

특히 교육대상이 어린이인 경우 학습자 중심 교육의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각 영역별로 아직 발달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아이들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교육을 할 때 그 효과와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연령이 꾸준히 낮아져 현재 5~6세의 유치원 연령에서 본격적인 영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습자 중심교육에 근거하여 볼 때 이 연령대의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기본으로 하여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성장하면서 언어발달과 신체발달이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자아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아이들은 아동발달학상 전조작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전조작기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대표적 특성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며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아발달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 방식을 갖는 전조작기에 해당하는 연령대에서 처음 영어교육이 이루어진다는 함수관계를 푸는 것에서 비로소 우리나라 올바른 영어교육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데 자신의 학습결과만을 갖고 자신이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긍정적 자아발달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에서조차 아이들의 영어능력을 자주 평가하며 시험성적 위주의 영어 학습을 교육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학부모들도 영어평가를 자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자주 통보하는 곳이 아이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피드백을 잘 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영어는 평가를 통해 측정되는 교과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또 하나의 언어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유치원에서 한글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이제 영어는 더 이상 소수 엘리트만이 향유하는 교육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 누구나 즐기며 익히는 생활의 한 부분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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