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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8분만에 마카오~홍콩 주파···세계최장 해상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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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개통한 세계 최장 다리 강주아오대교. [사진 인민화보]

지난달 23일 개통한 세계 최장 다리 강주아오대교. [사진 인민화보]

지난달 23일 정식 개통한 강주아오(港珠澳)대교는 중국 본토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와 마카오(澳門)·홍콩(香港)을 잇는 초대형 다리다. 홍콩·주하이·마카오에서 한 글자씩을 따 이름을 붙인 다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다리라 할 수 있다. 강주아오대교에 이목이 쏠리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스케일. 다리 길이는 무려 55㎞에 달하는데, 영종도와 송도를 우리나라 최장 다리 인천대교(18.3㎞)보다 세배 이상 길다. 이전에는 총연장 41㎞인 중국 칭다오(青島) ‘자오저우완대교(胶州湾)대교’가 세계 최장 다리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강주아오대교가 개통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 기록을 가져갔다.

중국 주하이~마카오~홍콩 잇는 해상교 #23일 개통, 여행객 대상 대중버스 운행 #날씨·파도 영향 큰 페리보다 안정감 있어 #버스비 편도 1만원…페리보다 시간 단축

시진핑까지 개통식 참석해…토목굴기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로이터=연합뉴스]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로이터=연합뉴스]

2003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건설 계획을 세운 뒤 준비 작업에만 6년, 2009년 착공 후 공사에만 9년을 쏟은 끝에 강주아오대교를 완성한 중국은 ‘토목굴기’를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다. 23일 치러진 개통식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참석했고, 중국 언론은 강주아오대교에 ‘세계 7대 기적’ ‘교량의 에베레스트’라는 별명을 붙이며 중국이 대역사를 이뤘다고 자찬하고 있다.
강주아오대교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대륙’스러운 규모가 한몫하고 있지만, 이 다리가 홍콩·마카오 관광 패턴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도 있다. 여행객은 지금껏 홍콩~마카오 사이를 이동하려면 페리 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야만했는데, 강주아오대교를 이용하면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과 마카오를 한 나라처럼 잇는 강주아오대교는 ‘홍콩~마카오를 30분에 주파하는 다리’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과연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의 실체는 어떠한지, 외국인도 다리를 통과할 수 있을지 한껏 궁금증을 안고 강주아오대교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지난달 25일 마카오로 떠났다.

강주아오대교

강주아오대교

마카오에 도착해서는 과연 강주아오대교를 이용할 수 있을지 정보를 모으고 다녔다. 하지만 개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속 시원하게 답변을 해줄 이들을 찾기 어려웠다. 강주아오대교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도 없거니와 현지 관광청이나 관광호텔 직원은 다리 개통 소식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방법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현지 교민들은 “아직 관용 차량만 통행할 수 있을 뿐, 일반인은 다리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는 “23일 개통식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했을 때 강주아오대교 일대 접근이 막혔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정부 승인받은 버스 33대만 통행

강주아오대교 게이트인 코우안. 양보라 기자

강주아오대교 게이트인 코우안. 양보라 기자

결국 현장에서 부딪히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난달 29일 오전 강주아오대교의 마카오 측 터미널(HK-Zhuhai-Macao Bridge Macao Port)인 ‘코우안(口岸)’으로 무작정 향했다. 코우안은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올 때 도착하는 마카오페리터미널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다. 강주아오대교 개통에 맞춰 개장한 코우안은 마카오국제공항보다 규모가 컸는데, 여느 터미널이나 공항과 달리 고요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영 달랐다. 조명을 훤히 밝힌 코우안에는 이미 소식을 듣고 강주아오대교를 통과해 홍콩으로 향하려는 승객 100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코우안 내부. 양보라 기자

코우안 내부. 양보라 기자

중국 정부에 강주아오대교를 운항하는 대중 버스 운영 승인을 받은 HZM버스 회사. 마카오 코우안에서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중국 정부에 강주아오대교를 운항하는 대중 버스 운영 승인을 받은 HZM버스 회사. 마카오 코우안에서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강주아오대교는 일반 개인 차량은 접근이 불가능하고 중국·마카오·홍콩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은 차량만 통과할 수 있다. 개인 차량이 아니라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대중교통 회사, ‘HZM버스’의 버스를 타고 다리에 오를 수 있다. 코우안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은 바로 버스표를 사려는 승객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홍콩행 편도 버스표를 마카오 화폐 65파타카(9100원)에 구입했다. 마카오~홍콩 간 편도 페리 이용료가 우리 돈 2만원인데 반해 버스를 이용하면 절반 가격으로 교통비가 절감되는 셈이었다. HZM버스는 버스 33대로 강주아오대교를 24시간 왕복 운행하고, 승객 1명에 주간 65타파카, 야간(자정~오전 5시59분) 70파타카(9800원)의 요금을 받는다. 홍콩 쪽에서 출발하면 주간 65홍콩달러(9400원), 야간 70홍콩달러(1만100원)다. 아직 예약은 되지 않고, 현장에 와서 직접 표를 사는 방법밖에 없다.

마카오~홍콩 편도 버스비는 우리돈으로 9000원 정도다. 마카오~홍콩 페리 승선권의 절반 가격이다. 양보라 기자

마카오~홍콩 편도 버스비는 우리돈으로 9000원 정도다. 마카오~홍콩 페리 승선권의 절반 가격이다. 양보라 기자

표를 구매한 뒤 버스 승차장으로 향하기 전, 공항처럼 짐 검사를 받게 된다. 경비가 삼엄할 줄 알았는데 외려 비행기보다 여유로웠다. 카메라에 대한 제지가 딱히 없었고, 물통이나 액체류도 들고 탔다. 짐 검사를 통과하면 국경을 넘는 심사를 받게 된다. 마카오 주민은 주민등록증만으로 국경을 넘어갈 수 있지만, 외국인은 여권 지참이 필수다. 아직 강주아오대교를 통과하는 외국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국경경비 요원은 ‘홍콩’으로 가는 것이 맞냐고 재차 질문했다.

편도 9000원, 38분 만에 마카오~홍콩 주파

홍콩행 HZM버스. 양보라 기자

홍콩행 HZM버스. 양보라 기자

마카오와 홍콩을 오갈 수 있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양보라 기자

마카오와 홍콩을 오갈 수 있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양보라 기자

무사히 심사를 통과하고 승차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100명가량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간격으로 대형버스가 출발하고, 버스 승차 인원이 50여 명에 달했기 때문에 줄은 빠른 속도로 짧아졌다. 드디어 버스에 올라탔고 52인승버스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함께 탑승한 승객은 모두 ‘세계 최장 다리’를 달린다는 생각에 들뜬 듯이 보였다.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마쳤다.
29일 11시 8분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다. 코우안을 빠져나가, 톨게이트를 통과한 버스는 시속 80㎞로 바다를 가르는 강주아오대교에 올라섰다. 왕복6차선에 이르는 대교에 일반 차량은 한 대도 볼 수 없고 HZM버스만 간격을 유지한 채 달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시계가 탁 트였는데도 강주아오대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뻗어 있었다. 해상교 건설을 위해 바다 한 가운데 인공섬이 2개나 만들었고, 에펠탑을 60개 지을 수 있을 만한 강철이 사용됐다는 강주아오대교의 위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대중버스만 운행 중인 강주아오대교. 양보라 기자

아직 대중버스만 운행 중인 강주아오대교. 양보라 기자

강주아오대교는 마카오와 홍콩을 오갈 때 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확실했다. 홍콩~마카오 간 페리를 탈 때는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파고가 높거나 태풍이 발효되면 페리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었는데 강주아오대교는 페리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낮춰 놨다. 울렁거림 없이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구글 지도 상으로는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 것처럼 표시된다. 양보라 기자

구글 지도 상으로는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 것처럼 표시된다. 양보라 기자

55㎞나 이어진 다리를 내내 달리면 지루할 것만 같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강주아오대교는 총연장 55㎞ 중 해상 구간은 22.9㎞이고, 해저 터널 구간 6.7㎞가 포함돼 있다. 너른 남중국해 바다를 보며 달리다가 갑자기 지하 세계로 빠져드는 게 이색적이었다. 해저 터널을 빠져나오자 홍콩에 근접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주강 하류에 있는 마카오는 강물에 쓸려온 퇴적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지점에 만든 도시라 물빛이 흙탕물에 가까웠는데, 홍콩 바다는 말 그대로 에메랄드색으로 빛났다.

해저터널 입구. 양보라 기자

해저터널 입구. 양보라 기자

강주아오대교 홍콩 터미널인 HZM 홍콩 포트. 홍콩국제공항 근처에 있다. 양보라 기자

강주아오대교 홍콩 터미널인 HZM 홍콩 포트. 홍콩국제공항 근처에 있다. 양보라 기자

곧이어 ‘웰컴투홍콩’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버스는 홍콩국제공항 근처 강주아오대교 홍콩 측 터미널(HK-Zhuhai-Macao Bridge HK Port)에 승객을 부렸다. 마카오 터미널부터 홍콩 터미널까지 소요 시간은 38분.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마카오에서 홍콩까지 건너온 것이다. 승객은 이 터미널에 도착해 홍콩 광역버스 A11번을 타면 홍콩섬 센트럴로, A21번을 타면 구룡반도 침사추이로 단번에 갈 수 있다. 터미널 근처 홍콩 공항으로 이동해 고속열차를 타고 시내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마카오나 홍콩 시내에서 터미널로 접근하는 시간을 따져도, 강주아오대교를 이용하는 것은 페리보다 시간상으로 유리한 이동수단이었다.

마카오·홍콩=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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