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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워킹그룹 통해 대북 엇박자 사전 조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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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비핵화 조치를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그저께 북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워킹그룹’ 설치에 합의했다고 밝혀서다. 지난달 29∼30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처 귀국하기도 전에 미측은 서둘러 워킹그룹 합의를 발표했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묵묵부답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만 어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서 전반에 대한 한·미 사이에 더욱 긴밀한 논의를 위한 기구로 안다”고 설명했지만 마치 남의 일처럼 논평했다.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주한 미 대사관이 지난달 방북했던 삼성 등 국내 4대 기업에 이어 대북 산림녹화를 추진 중인 산림청과도 별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7월 개성공단 기업과 현대아산 등 경협 기업 관계자 10여 명과 만나 남북 경협과 대북제재 완화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의 이런 행동은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를 역행하면서까지 남북 협력에 과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경고이기도 하다.

한·미 간 워킹그룹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실제 이번 워킹그룹은 한국 외교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18 대북지원 국제회의’에서 “산림 병해충 방제 대응 등에 (남북)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도 밀고 나갈 분위기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돈과 물자가 북한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대북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차제에 이번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과 제재 이행에 대한 사전 조율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북한 비핵화와 남북 평화 프로세서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