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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구-개성 '달송동맹' 추진…국채보상운동 공동연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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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보상운동기념회가 소장 중인 북측 국채보상운동 관련 연구자료. 북측으로부터 전해받은 자료를 학술연구용으로 소장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국채보상운동기념회가 소장 중인 북측 국채보상운동 관련 연구자료. 북측으로부터 전해받은 자료를 학술연구용으로 소장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국채보상운동 성지'…대구-개성 '달송동맹' 체결 추진 

'대구의 애국적 지식인들이 단연회를 조직하고 '국채 1300만원 보상취지'를 발표하자 곧 그것을 신문·잡지들을 통해 널리 소개 선전하면서 그에 적극 호응해 나설 것을 절절히 호소하였다. (…) 대구의 애국적 시민들은 이 단체의 애국적 호소를 지지하여 앞을 다투어 의연금 모집에 참가하였다.'

2012년 북한이 펴낸 『조선근대 애국문화운동사』 291쪽에 기록된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기록이다. 한때 국채보상운동이 실제 대구에서 시작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지만, 북한에서도 대구를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채보상운동이 분단 전인 1907년 일어난 만큼, 북한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대구가 이를 발판 삼아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나선다. 북한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개성과 손을 잡고 공동연구를 한다는 계획이다. 각 도시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송악'의 앞글자를 딴 '달송동맹'을 맺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가 광주광역시와 체결한 '달빛동맹(달구벌·빛고을)'이 동서교류를 위한 동맹이었다면 달송동맹은 남북교류를 위한 동맹이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 [사진 대구시]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 [사진 대구시]

북한의 수도 평양이 아닌 개성과 공동연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개성이 대구와 유사한 규모의 내륙 도시어서다. 국가 대 국가의 교류가 아닌 지역 대 지역의 교류인 점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대구는 개성을 택했다. 교통의 요지였던 개성에 상인과 재력가들이 많이 거주해 국채보상운동이 활발했던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개성은 의주(4634명)와 해주(2925명)에 이어 북한에서 세 번째로 많은 2068명이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태조 왕건의 역사 함께 품은 두 도시…"역사적 공감대" 

역사적으로도 대구와 개성은 공통점이 많은 도시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뿐 아니라 대구에도 깊은 인연이 있다. 927년(태조 10) 고려와 후백제가 벌인 동수대전이 바로 대구 팔공산 일원에서 벌어졌다. 이 전쟁에서 왕건은 신숭겸 등 기라성 같은 장수를 잃고 견훤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왕건은 이때 팔공산에서 금호강~앞산~낙동강을 따라 퇴각하면서 대구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대구에는 이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대구가 개성과의 교류에서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이유다.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새암 김지영 회장과 쌍산 김동욱 고문이 지난 2월 22일 대구시민주간을 맞아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공원 달구벌대종 앞에서 '국채보상운동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다. 자조, 근면, 협동으로 시작한 운동의 발상지 대구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라는 내용의 붓글씨를 쓰고 있다.[뉴스1]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새암 김지영 회장과 쌍산 김동욱 고문이 지난 2월 22일 대구시민주간을 맞아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공원 달구벌대종 앞에서 '국채보상운동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다. 자조, 근면, 협동으로 시작한 운동의 발상지 대구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라는 내용의 붓글씨를 쓰고 있다.[뉴스1]

이를 위해 방북도 준비 중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내년 초 개성에 역사 학자와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대구시 대표단을 꾸려 파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통일부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전하고 방북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구시는 방북을 통해 개성에 가칭 '국채보상운동 남북공동 조사센터'를 설립하고 대구에도 똑같은 국채보상운동 관련 센터를 만들 방침이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채보상단연회 의연금 모금장부. [사진 대구시]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채보상단연회 의연금 모금장부. [사진 대구시]

 김영균 국채보상운동기념회 사무처장은 "남북이 국채보상운동을 함께 벌였던 경험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더욱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대구와 개성이 최초로 지자체 간의 남북교류를 시작하게 된다면 내륙 지방도시의 한계 또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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