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교보문고, 홈플러스엔 영풍문고 할인점이 'book적'거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대교베텔스만의 북스캔이 입점해 있는 뉴코아아울렛 분당야탑점.

28일 뉴코아아울렛의 경기도 분당 야탑점 지하 1층 매장. 통로마다 어린이들이 꽉 차 발디딜 틈이 없다. 엄마 없이 아이들만 모여 있어 왁자지껄할 법도 한데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앉아 무언가 들여다 보고 있다. 대교베텔스만이 운영하는 서적 코너'북스캔'의 정경이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 서문정(37)씨는 "엄마 따라 쇼핑 나와 지겨워할 때 여기 앉혀 놓으면 몇십 분이건 혼자 잘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놀이 공간에 둘 때보다 안심 된다는 고객도 적잖았다.

대형서점과 할인점의 만남이 활발하다. 자체 서적코너를 두던 할인점이 하나 둘 대형서점에 공간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에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총 네 점포가 진출했다. 홈플러스에는 영풍문고가 네 곳 출점했다. 대교베텔스만은 지난해 8월 이랜드와 계약해 뉴코아아울렛 경기 평촌점에 처음 입점한 것을 필두로 2001아울렛 서울 구로점 등 총 8곳에 매장을 냈다.

대형서점이 할인점 문을 두드리는 건 우선'사람이 몰리는 장소'라는 이점 때문이다. 교보문고의 기존 입지는 서울 광화문.강남역.잠실역 주변, 영풍문고의 입지는 서울 종각역.강남고속버스터미널 주변 등이다. 일찍이 대형서점은 기본적으로 '유동인구 많은 곳'을 좋아했다. 상권의 중심이면서 꽤 큰 매장 공간을 확보하려면 할인점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대교베텔스만 서장원 북센터팀장은 "따로 매장을 내면 보증금.월세.관리비.전기료 같은 부대비용을 신경써야 하는데 할인점에 들어가면 초기 설비 투자에 수수료만 내면 돼 일이 간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풍문고 기획팀의 박종석 주임은 "지역 사회에 도서를 보급한다는 차원에서도 전국적 할인점 조직이 긴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 입장에서도 대형서점의 러브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형 서점 코너가 손님을 모으는 효과가 있는 데다 근래 '문화.레저 복합 공간'이미지를 내세우는 마케팅 방향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주부 고객에겐 어린 자녀를 잠시 맡겨 두면서 책도 읽게 하는 '위탁시설'역할도 한다. 그래서 할인점에 들어간 서적 코너는 일반 서점과 달리 경제.경영 같은 전문 서적이 뒷전으로 밀린다. 초등학생용 책이 많고 육아.요리.취미.실용서 등이 진열대 전면에 배치된다.

이마트 테넌트팀의 김병섭 부장은 "요즘 할인점 경쟁이 가격에서 서비스 차별화로 확산되고 있어 서적 전문업체의 유치는 할인점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길도 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