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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복 입은 임종헌, 입다물기 전략으로…양승태로 향하는 수사 길목 막아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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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 뒤 하루만인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 뒤 하루만인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뉴스1]

구속수감된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수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서울중앙지검 뒷문으로 호송됐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27일 새벽에 발부됐다. 임 전 차장 구속은 지난해 3월 이인복(61·연수원 11기) 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전 대법관)가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인물로 지목한 지 1년 7개월 만이다.

임 전 차장은 통합진보당과 전교조 소송,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받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처럼 사용한 범행을 주도한 혐의도 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들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는 사건에 대해 임 전 차장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과 교감한 정황들을 파악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 전 대통령 7시간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 판결과 관련해 판사들끼리 오간 e메일이 대표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당시 1심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에 보낸 e메일에는 임 전 차장이 청와대 지시를 재판부에 전달한 정황이 담겼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임 전 차장 측은 “직권남용 혐의가 정치보복으로 쓰이고 있다”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법리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부당한 구속”이라며 “이 때문에 검찰수사에 일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판사가 받은 e메일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의중과 달리 무죄로 판결났다”며 “판사는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기 싫은 판결을 억지로 한 정황이라 볼 수 없으니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

임 전 차장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연루된 전직 대법관 세 명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임 전 차장이 소환 조사를 받는 중인데 진행 경과에 따라 그 윗분들이 조사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소환을) 가급적 빨리하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쓴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을 적었다.

다만 윗선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이 진술 거부로 일관한다면 검찰이 의미 있는 단서를 추가로 얻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입을 연다면 수사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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