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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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승식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57.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19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신규사업에 한눈팔지 않고 육.해.공 물류 전문그룹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흔히 2세 경영자들은 창업주와는 다른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신규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있나.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 지금 지키기도 힘든데…(웃음) 신규사업 하다가 잘못된 그룹도 많다. 그런 실수를 쫓아갈 필요는 없다. 물류가 단순해 보이지만 범위가 매우 넓다. 물류에서 일류(一流)가 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한눈팔 여유가 없다."

-10년 뒤 한진그룹의 모습은.

"한진그룹은 육(한진).해(한진해운).공(대한항공) 수송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의 95% 이상 차지하는 수송 물류 전문기업이다. 향후 무역자유화, 관광산업 발전 등으로 국가간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 수송 물류사업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한진그룹의 사업구조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항공기 제조, 항만 운영, 관광 레저 등 유관사업은 확대하거나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미국.유럽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해외에서의 종합물류사업도 대폭 확대하겠다. 2010년 ▶국제항공여객 수송 10위권 진입▶국제항공화물 수송 1위 유지▶컨테이너선 수송 5위권 진입이 목표다."

-1998년 한.미 항공자유화(오픈 스카이) 이후 올해 두 번째로 한.베트남 간 항공자유화도 체결됐다. 오픈 스카이가 왜 중요한가.

"오픈 스카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경쟁력이 있고 윈-윈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똑같은 것이다. 자꾸 자극을 줘야 경쟁력도 높아진다. 일본.중국과 오픈 스카이를 하자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오픈 스카이는 우선 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시장 수요가 큰 중국.일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운항편수 등을 보면 이미 항공자유화 전 단계에 도달했다."

-저가 항공사 설립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국내선이 아니라 국제선을 얘기한 것이다. 국내선은 이미 '저가 항공'이다. 저가 항공사가 들어와 역할 분담을 해준다면 환영한다. 저가 항공사가 나중에 국제선을 띄울 경우 국제선 저가 항공사를 만들 준비가 다 돼 있다. 우리는 국제선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재계가 2세 승계 문제로 고심 중이다. 원태씨 보유지분이 없던데. 2세들 경영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 20년은 내가 일할 거니까…(웃음) 앞으로 계획을 세워서 하면 된다. (자식들이) 할아버지한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기본은 돼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나가서 고생도 해봤고, 기본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교육도 받았다. 앞으로 20년 남았으니 능력 인정받으면 그 다음에 하는 것이다. (후계자 자리는) 자기가 능력껏 찾아가는 것이지, 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격을 갖춰 주변이나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해놓고, 그 다음에 하겠다."

-본인의 경영 스타일을 스스로 평한다면.

"개인이 결정하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시스템 관리자다. 회장이 되고 나서 시스템이 안 돼 있으면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시스템이 돌아가게 했다. 내가 30년간 항공업계에 있었기 때문에 깊이는 몰라도 두루 다 알고 있다. 항공업계는 전문분야가 많기 때문에 한두 사람에 의존해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눈치만 보고 윗사람에 잘 보이려고만 하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전부 위에다 미뤄놓고 잘못되면 위 탓만 한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밑에서 이해를 못 해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 3~4년 지나니까 정착됐다. 아침에 본부장들과 커피 브레이크 하면서 큰 것만 결정한다. 내가 해외 출장 간다고 일이 막히진 않는다. 누가 없어서 일이 안 된다고 하면 아예 그 사람을 바꾼다. 혼자 독불장군 노릇하면 안 된다. 항상 백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나와 협조할 수 있는 것은 없나. 두 회사의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안 본다. (협조했다가 자칫하면) 공정거래법에 걸린다. (웃음) 서로 악담이나 중상모략하지 않고 공정경쟁하면 되지 않겠나."

-고유가 탓에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대한항공은 이미 2004년부터 고유가 상황을 예상해 연료관리팀을 신설해 상당한 성과를 봤다. 보유 항공기를 B777.B787.A330.A380(도입 예정)과 같은 고효율 차세대 항공기로 대체 중이며, 경제항로를 이용해 운항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신규 취항 등 올해 대한항공의 노선 확대 계획은 어떤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인도뿐만 아니라 서남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남미 등지에 적극 진출해 글로벌 노선망을 강화해 나가겠다."

김동섭 산업데스크,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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