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엘리트 모임 ‘민판연’ 회장 “특별재판부 도입은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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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엘리트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회장을 맡고 있는 윤진수(60ㆍ사법연수원 9기ㆍ사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의혹을 재판할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공개 표출했다.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 올려 #"개별 사건 법관 특정해선 안 된다"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 사건 겨냥 #민사판례연구회 대 '우리법' 갈등 본격화 시각도

윤진수 서울대 교수

윤진수 서울대 교수

윤 교수는 지난 25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1997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인용했다. 그는 “개별 사건에 관해 재판을 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부터 그러한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돼야 한다”고 적었다.

독일 판례 인용하며 "개별 사건 법관 특정해선 안된다"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만 심리할 재판부를 따로 구성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견해다. 현재 법원은 재판을 담당할 법관을 컴퓨터로 무작위 배정하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최대한 살리자는 취지다.

민사판례연구회장인 윤진수 서울대 법전원 교수가 지난 25일 여당이 추진하려는 특별재판부 도입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캡처]

민사판례연구회장인 윤진수 서울대 법전원 교수가 지난 25일 여당이 추진하려는 특별재판부 도입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캡처]

윤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알려진 직후 법조계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부 신주류’로 부각된 우리법연구회와 민사판례연구회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법연구회가 상대적으로 진보, 민판연은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검찰이 재판 거래 의혹의 최정점으로 보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민판연 출신이다.

사법부 내 신·구주류 갈등 본격화 시각도 

일각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몇몇 판사들이 민판연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 모임을 ‘보수 사법부’의 핵심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한 수도권 지법 소속 판사는 “민판연 회원 가운데에는 자기 기수에서 선두권 주자들이 많다”며 “재판거래 의혹 중심에 있는 법원행정처 역시 엘리트 판사들을 주로 차출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민판연까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판연은 77년 민법학계 대부로 평가받는 고 곽윤직 서울대 법대 교수가 판사로 재직 중인 제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초기 민판연엔 판사 중에서도 소수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로펌 출신 변호사는 “우리법연구회와 민판연은 성향은 서로 상이하지만 둘 다 특유의 폐쇄적 가입 전통 때문에 ‘사법부 내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 전후로 민판연은 문호를 확대했다. 총 회원(236명) 중 판사가 절반가량이고, 교수가 약 30%, 김앤장 등 로펌 소속 변호사가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윤 교수 역시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법관 생활을 15년 지속한 뒤 모교 강단으로 옮겼다. 가족법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2012년에는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도 올랐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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