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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갈림길 선 임종헌…전직 대법관들도 소환 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6일 밤 결정된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등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혐의 입증이 일정 수준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한 전직 대법관들을 소환해 조사할 명분이 생기고 향후 수사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임 전 차장은 26일 오전 10시 10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재판하던 곳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떤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는가” “법원 후배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날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법관은 지난 4일 새로 투입된 임민성(47·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임 부장판사가 영장을 담당하게 된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영장을 심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부장판사는 5명의 영장전담판사 중 무작위 배당에 따라 이번 심사를 맡게 됐다.

임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고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만을 맡아왔다. 상대적으로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를 심리하는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는 인사·총무·재무 등 전국 법원 내 행정업무를 맡아 실제 집행하는 곳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작성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23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90쪽,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7쪽이었다. 전직 대통령보다 두꺼운 임 전 차장의 영장 청구서에는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직무 유기, 국고 손실, 공무 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와 관련한 범죄 사실만 30여개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 측은 수사팀이 주로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처는 재판 개입 권한이 없기 때문에 남용할 직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또 판사를 사찰한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의 일환으로 알아보라고만 했을 뿐 해당 판사에게 불이익을 주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던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구속을 통한 강제수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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