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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픔 딛고 PS 호투 벼르는 SK 김택형

중앙일보

입력

SK 왼손투수 김택형. 양광삼 기자

SK 왼손투수 김택형. 양광삼 기자

2015년 10월 10일.
SK 투수 김택형(22)은 이 날을 잊지 못한다. 프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 나섰으나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에 나서는 김택형은 이번에야말로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각오로 불타오르고 있다.

26일 개막하는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승부처는 '불펜 싸움'이다. 두 팀 모두 강력한 1,2선발과 힘있는 타선을 갖췄지만 구원진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SK 불펜투수 평균자책점은 5.49(7위), 넥센은 5.67(10위)에 그쳤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신예 안우진의 기량을 확인했다. SK는 정규시즌 막판 부진했던 앙헬 산체스와 전천후 김태훈을 불펜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SK 불펜의 또다른 키맨은 좌완 김택형이다. 임병욱, 송성문 등 타격감이 좋은 넥센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카드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

김택형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특별하다. 2년 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오자마자 잡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2015년 넥센에 입단한 2년간(2015∼2016시즌) 69경기에 등판해 6승 6패 9홀드, 평균자책점 7.82를 기록했다. 뛰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려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넥센 감독 시절 김택형을 아꼈던 염경엽 SK 단장은 2개월 뒤 김성민을 넥센에 보내고 김택형을 데려왔다. 향후 좌완 파이어볼러로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인천 출신인 김택형은 "동산고 1년 선배인 (이)건욱이 형이 제일 먼저 연락했다. '다시 안 만날 줄 알았냐'고 해 웃었다"며 "사실 학창시절엔 1차 지명 대상이었기 때문에 SK에서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트레이드가 결정되고 나서 새로 지명받은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김택형은 "인천에서 태어나 SK 구단 후원금도 받았다. 나름대로 애정이 있는 팀에 오게 돼 좋다"며 "넥센에 있을 땐 부모님이 서울까지 오셨는데 지금은 걸어서 야구장에 오신다"고 했다.

김택형의 투구폼을 잡아주고 있는 손혁 코치. [사진 김택형]

김택형의 투구폼을 잡아주고 있는 손혁 코치. [사진 김택형]

SK엔 김택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다. 영입을 추진한 염 단장과 넥센 시절에도 그를 지도했던 손혁 코치다. 김택형은 "신인 때부터 저를 봤던 분들이라 나를 잘 아신다. 나도 믿는 분들이라 편했다"고 했다. 그는 "수술과 재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야구를 못 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야구도 잘 안 보려고 했다"고 했다. 손혁 코치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복귀 후에도 쉽게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오랜 재활을 끝낸 김택형은 지난달 5일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14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7.22. 썩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김택형은 "이승호 코치, 고윤형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며 "단장님과 손혁 코치님이 '재활을 막 했으니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셔서 1군에서도 마음 편하게 던졌다"고 했다. 이어 "올라와서 2주 정도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적응이 끝났다. (9월25일)LG전(1과3분의2이닝 무실점)에서 길게 던지고, 형들 덕분에 승리도 따내 기분좋았다"고 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도 빠르게 얻었다. SK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3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를 하게 된 것이다. 김택형은 "솔직히 제 나이에 포스트시즌 두 번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좋다"며 "정규시즌엔 연투를 할 상태가 아니었는데 포스트시즌은 연투까지 감안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손혁 코치는 "앞으로 오랫동안 던져야 할 투수이기 때문에 시즌 중엔 최대한 연투를 시키지 않았다. 대신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마지막(9일 삼성전-10일 두산전)에만 한 번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넥센 시절 김택형의 투구 모습

넥센 시절 김택형의 투구 모습

손혁 코치는 "수술 전에 비해 팔 각도가 낮아졌지만 당장 고치진 않았다. 제구력이나 구속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오히려 좌타자에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며 "슬라이더 각도 좋아 포스트시즌에선 좌타자들을 상대로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길게는 1이닝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택형이 포스트시즌을 특히 벼르고 있는 건 3년 전 아픔 때문이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말 등판한 김택형은 1사 뒤 최주환에게 2루타를 내준 데 이어 박건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김택형의 생애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포스트시즌 등판이다. 김택형은 "그 날이 내 생일이었다. 가족들까지 모두 보러왔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며 "학창 시절에도 전국대회 우승은 못했다. 이번엔 꼭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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