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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부실처리·의사표현 압박”…검사장·부장검사 고소한 현직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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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고소…"사건 부실처리는 특수직무유기" 

지난달 전직 상관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현직 지청장을 경찰에 고소한 박병규 검사. [중앙포토]

지난달 전직 상관인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현직 지청장을 경찰에 고소한 박병규 검사. [중앙포토]

현직 검사가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대표되는 상명하복식 문화를 깨고 자신의 상관이었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현직 지청장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주인공은 서울북부지검에 근무 중인 박병규 검사다. 그는 4년 전 청주지검에 근무할 당시 지검장이던 김모 전 고검장, 당시 부장검사이던 박모 현 지청장을 직권남용 및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지난달 10일 경찰에 고소했다.

박 검사에 따르면 그는 2014년 청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부장검사와 검사장 등 상관에 의한 부실수사를 경험했다고 한다. 차량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10대 소년이 욕설을 내뱉고 반항하자 경찰관이 이 소년을 폭행한 사건에 대해 담당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종결된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혐의점이 발견됐음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리한 사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면서다. 당시 청주지검 소속이던 박 검사는 ‘경찰관 10대 폭행 사건’을 재수사해 경찰관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검사장 등을 거치며 이 사건은 결국 기소유예로 종결됐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경찰 고소 

박병규 검사는 4년 전 청주지검 재직 당시 부자검사와 검사장이 사건 부실처리를 종용했다며 이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JTBC 뉴스룸 캡쳐]

박병규 검사는 4년 전 청주지검 재직 당시 부자검사와 검사장이 사건 부실처리를 종용했다며 이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JTBC 뉴스룸 캡쳐]

이에 대해 박 검사는 10대 소년이 폭행당한 사진이 발견되는 등 혐의가 명백함에도 부장검사 등 상관의 압력에 의해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박 검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고 의미도 없으니 토 달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부장검사와 검사장, 검찰 내부에선 박 검사가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을 뿐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부실하게 수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검토했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그런데도 경찰관이 10대 소년을 폭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팟캐스트 통해 검찰 부조리 폭로 예정 

박병규 검사는 2014년 상관으로부터 임은정 검사의 무죄 구형과 관련해 일체의 글을 올리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 캡쳐]

박병규 검사는 2014년 상관으로부터 임은정 검사의 무죄 구형과 관련해 일체의 글을 올리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 캡쳐]

박 검사는 또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상관의 질책이 이어졌고 결국 2014년 말 검사 적격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글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박 검사에 따르면 당시 부장검사와 검사장은 관련 사건에 대해 일체의 글을 올리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박 검사는 이같은 행위가 부장검사와 검사장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검사는 검사 적격 심사에서 탈락한 뒤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검찰의 퇴직명령이 부당하다고 결론 내리며 박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박 검사는 지난 4월 복직해 현재 서울북부지검에서 부부장 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3일 팟캐스트를 통해 관련 사건에 더해 검찰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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