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엘킨스 지음, 장호연 옮김
책세상, 367쪽, 1만5000원
'미술은 가르칠 수 있는 예술 장르인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부모라는 이름이 붙고 나면 벗어날 수 없는 아이 교육, 적확하게 말하면 대학입시 때문이다. 내신 성적에 미술 과목이 들어가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미술을 평가하는 객관적 잣대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미술 학원의 모범답안이 한국 미술을 망치고 있지 않나 싶다. 미대 시험을 운전면허시험에 비유하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책의 원제는 '미술은 왜 가르칠 수 없는가'다. 꽤 날카로운 도발이다. 대학 수준의 미술 교육에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 쓴 안내서라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미술에 관심 있는 이 누구나 읽어도 건질 내용이 많다. 서양 미술학교의 역사를 훑고 난 뒤 미술 교육 방식을 논하고 그 이론과 평가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나서는 "미술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다"고 썼다.
미술 학교의 평가 시간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를 '사이코드라마'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 지은이가 미술 교육 현장에서 느낀 고민이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다. 지은이 제임스 엘킨스(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미술사학과 교수)는 이미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에서 서양미술사 400년의 편견을 지적해 독자를 즐겁게 했다. 서구미술과 미술사에 휘둘린 한국 미술 교육을 비추어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