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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독감처럼 백신으로 막게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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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카엘 돌스텐

미카엘 돌스텐

간암·폐암도 독감처럼 백신주사를 맞고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아직 백신으로 대비할 수 있는 암은 자궁경부암이 유일하다.

화이자 R&D총괄 돌스텐 사장 #전립선암·폐암 백신 임상 연구 #한국병원의 방대한 환자 데이터 #바이오산업 밑바탕으로 삼아야

지난 12일 만난 미카엘 돌스텐(59·사진) 화이자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은 “백신을 통해 암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백신은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고 폐암 백신은 올해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고 구체적인 암 이름까지 댔다.

1849년 문을 연 화이자는 세계 매출 1위 제약사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476억 달러(53조7400억원)를 기록했다. 스웨덴 룬드대 종양학 교수와 미국 제약사 와이어스의 수석 부사장을 지낸 돌스텐은 2010년부터 화이자의 R&D 총괄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 소유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는 사장단 중 한 명인 그는 R&D 협업을 위해 중국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타이 양복 차림에 검은색 백팩을 맨 그는 글로벌 제약사 사장답지 않게 소탈했다.

그의 입에 주목하는 건 화이자의 R&D 전략을 통해 세계 제약시장 변화 트렌드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스텐 사장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임상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백신 출시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환자들의 수요가 커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 세포에서 면역 반응을 유발해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재조합 바이러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돌스텐 사장은 암 백신을 비롯한 글로벌 백신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균에 대한 신규 백신 개발이 후기 임상 단계에 왔다”며 “심각한 설사 등 위장병을 초래하는 세균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56억 달러(6조3200억원)를 달성한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를 개량하는 중이다.

암 백신과 더불어 면역 항암제도 암과 싸우는 차세대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면역 항암제 개발에 기여한 일본과 미국 학자가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면역 항암제의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는 “두 가지 면역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항암제가 (미래에) 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항암제 R&D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건 성장 가능성이 커서다. 제약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1040억 달러(117조원)로 조사됐다. 시장은 연간 12% 성장해 2024년에는 2330억 달러(2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항암제 시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넘지 못한 분야다. SK케미칼 등이 항암제를 개발해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항암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약 업계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전략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의료 시설을 둘러봤다는 돌스텐 사장은 “대형병원들이 갖추고 있는 방대한 환자 데이터가 흥미로웠다”며 “환자의 경과를 추적한 방대한 데이터가 바이오산업 발전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중심형 의학 분야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등에서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제약 및 바이오산업 생태계는 성숙 단계로 보자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한 그는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돌스텐 사장은 “민간 자본이건 정부 지원이건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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