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우디에 무기 수출 중단” 미국 의원은 “왕세자 교체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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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카슈끄지 암살설’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에 뜻을 모았다. 같은 날 독일 정부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 결정을 내렸고, 미 의원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교체까지 거론했다.

‘카슈끄지 암살’ 국제 압박 거세져 #트럼프·에르도안, 진상 규명 합의

터키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날 터키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은 카슈끄지 사건이 모든 측면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린 정의를 찾고 있다. 일반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적나라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에르도안과 트럼프가 합의한 진상 규명이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의 대(對) 사우디 무기 수출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의 압박에도 불구, 사우디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부 미국 의원은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교체 주장까지 내놓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랜드 폴(민주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제재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사우디) 왕세자가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카슈끄지의 아들인 살라 자말 카슈끄지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고 사우디 SPA통신이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 역시 카슈끄지의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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