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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효도 트레인’ 동행 … 어르신은 활력, 청년은 일자리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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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이승호 한국청년인력개발원 사무총장, 김용석 서울역 대외협력팀장

이승호 사무총장 #재활 전문의, 물리치료사 동승 #노인 건강관리 질의응답·강의 #온천 활용한 건강 여행도 검토 #김용석 대외협력팀장 #기차여행 못해본 어르신 67명 #청년 도우미 53명 함께 탑승 #오대산 산림욕, 봉평 관광 즐겨

오는 31일 오전 9시1분, 서울역에서 강원도 진부역까지 가는 ‘효도 트레인’이 출발한다. 67명의 어르신과 53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강원도 평창 일대를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화창한 가을 숲길 체험과 노인의 건강관리법 강의까지 알찬 일정이 준비돼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승호(사진 왼쪽) 한국청년인력개발원 사무총장과 김용석 서울역 서울본부 대외협력팀장을 만나 ‘효도 트레인’의 기획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들었다.

이달 말 첫 ‘효도 트레인’이 운행된다. 
이승호 사무총장(이하 이)효도 트레인은 그동안 여행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노인들이 청년들과 함께 떠나는 당일 여행이다. 한국의 노인들은 바깥 활동에 제한이 많다. 노인정에 가도 TV 시청이나 화투 치기 같은 소모적인 활동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으로 빠듯하거나 거동이 불편할수록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들이 일상을 떠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김용석 팀장(이하 김) 한국철도공사는 이미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차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업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 뜻깊겠다고 생각했다. ‘효도 트레인’을 함께 기획해 회사 측에 제안했더니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청년들이 함께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에서는 지역의 노인과 청년이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예를 들면 노인들끼리 바둑이나 독서클럽 같은 소모임을 갖고, 여기에 청년들이 중재자나 도우미 역할을 해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지역 사회를 일구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노인과 청년이 함께 활동할 다양한 콘텐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쉽게 노인과 청년을 이어줄 매개가 ‘여행’이었다.
노인과 청년의 ‘만남’을 주선한 셈이다. 
올여름 국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청년인력개발원’이 설립됐다. 현재 노인의 건강 및 복지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청년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효도 트레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인은 청년들과 함께하며 활력을 되찾고, 반대로 청년들은 노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전문 교육의 기회를 갖는다. 서로에게 ‘윈윈(win-win)’인 셈이다.
효도 트레인엔 누가 타게 되나. 
효도 트레인에는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잘 못 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기차 여행을 해보지 못한 어르신 67명이 탑승한다. 서울 중구청 중구자원봉사센터에 요청해 효도 트레인에 탑승할 참가자를 선발했다. 봉사자 53명도 함께 간다. 여기에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포함됐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에 속한 재활 분야 전문의와 체형교정센터 ‘바디다룸’의 물리치료사들도 동행한다. 이들은 여행의 전체 일정을 함께하면서 어르신들이 평소 건강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에 답변도 해주고 건강관리법에 대해 강의도 한다.

여행 일정은 어떻게 되나. 
서울역에서 강원도 진부역까지는 총 1시간40분이 걸린다. ‘치유의 숲’으로 알려진 오대산 전나무 숲길로 이동해 산림욕을 만끽한다. 다음은 오대산 월정사를 둘러본 뒤 봉평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직접 산삼으로 술을 담그는 산삼주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오후 5시30분쯤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인원이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을까. 
지난달 28일 이 사무총장과 함께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효도 트레인 운행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탔고, 평창에 도착해서도 같은 일정대로 움직였다. 착오를 줄이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차역에 내려 버스를 타는 과정부터 곳곳의 화장실 상태와 식당 음식까지 직접 살피고 먹어보며 꼼꼼하게 체크했다.
노인 건강 교육도 한다던데. 
전체 건강 교육 프로그램은 대한노인재활의학회에서 맡았다.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노인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교육할 예정이다. 다가올 겨울철 낙상사고 예방 교육도 한다.

열차나 승용차 같은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칭하는 법과 건강하게 걷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의미를 찾는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노인이 청년과 좋은 시간을 갖고 다양한 건강 정보도 얻어 갔으면 좋겠다.

몸이 아프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 집 안에 은둔하는 노인이 많다. 돌봐줄 가족이 없을수록 더 그렇다. 이번 여행은 집을 떠나 10시간 정도 바깥에서 머물게 된다. 노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년들이 옆에 있으니 어르신들이 마음껏 구경도 하고 재미있는 체험도 하면서 “나도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효도 트레인 2호도 기대할 수 있나. 
건강을 테마로 한 다양한 노인·청년 여행을 기획 중이다. 일본에는 온천 ‘유수탕’이 있다. 온천수가 부력으로 인체를 띄우고 밀어내니 힘 없는 노인도 잘 걸을 수 있다. 일본의 온천 치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용인대 사회레저학과 오태웅 교수와 함께 올겨울 팀을 꾸려 함께 견학을 다녀올 예정이다. 국내 온천 중 적당한 지역을 물색해 효도 트레인처럼 온천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청년들과 함께 가는 노인 건강 여행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면 그 지역의 관광산업도 더 발달하고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도 소외된 계층을 도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사업에 관심이 많다. 많이 기대해달라.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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