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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젊은 아재 된 X세대, 칙칙한 정장 벗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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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사의 패턴 슈트 

송지오 옴므.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송지오 옴므.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X세대(1965~76년생)’가 중년 신사가 되면서 정장 패션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남들 눈에 튀지 않고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정장에도 자기 표현을 더할 수 있는 ‘패턴’ 스타일을 찾는다. 검정·남색·회색처럼 어두운 색상 정장만 빼곡했던 신사의 옷장에 밝은 색상의 선이 그려진 화사한 정장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젊은 감각으로 유행을 이끄는 중년을 의미하는 일명 ‘영포티(young forty)’ ‘뉴포티(new forty)’가 주목하는 요즘 남성 슈트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스트라이프·체크 등 무늬 다양 #밝은 색상 더해 화려하고 세련 #가볍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편안

클래식한 멋에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 패턴 정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일 한 영화 제작보고회 현장에는 배우 이서진이 하얀 티셔츠 위에 갈색·검정이 섞인 체크 패턴 재킷을 걸치고 나타나 ‘댄디한 중년의 정석’을 보여줬다. 지난 7월엔 한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이 문양이 있는 슈트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조진웅은 하얀 줄무늬 정장을, 이성민은 파란 색상의 큼직한 네모 패턴이 그려진 재킷과 바지를 입어 세련된 멋을 냈다.

클래식한 멋+경쾌한 분위기

우영미(WOOYOUNGMI).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우영미(WOOYOUNGMI).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패턴 정장이 최근에야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얇은 선을 그은 듯한 ‘스트라이프’부터 청어의 등뼈처럼 보이는 사선 패턴의 ‘헤링본’, 커다란 창틀 모양인 ‘윈도페인 체크’, 두 가지 색상이 겹쳐진 ‘글렌 체크’ 정장까지 다양한 패턴의 정장이 유행했다.

하지만 올해 패턴 정장은 이전과는 다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으론 과감한 ‘색상’ 조합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정장의 패턴들은 어두운 회색 바탕 옷에 이보다 약간 밝은 회색 줄무늬나 체크 문양이 들어가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같은 색상이지만 밝기나 채도만 다르게 한 ‘톤온톤’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올가을엔 패턴 색상이 한층 화려해졌다. 갈색 직물 위에 보라색 체크무늬가 들어가거나 빨강·노랑색 줄이 얇게 그려진 식이다. 멀리서 봤을 땐 한 색상 같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완전히 다른 색상이 보이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실제 올해 출시된 가을·겨울 정장을 살펴보면 명품 브랜드 구찌는 검정 바탕에 하얀 체크가 들어간 정장을 내놨고, 국내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는 옅은 회색에 빨간 줄무늬가 얇게 그려진 슈트를 선보였다. 송지오 옴므는 밝은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과 청록색 체크 문양이 더해진 재킷을, 브룩스 브라더스는 갈색 재킷에 파랑 줄이 더해진 정장을, 수트서플라이는 회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슈트를 출시했다.

소재는 더욱 가볍고 신축성 있는 직물로 진화했다. 둔해 보이는 두꺼운 모직에 그려진 패턴 정장은 이제 옛 스타일이 됐다. 지금은 보온성은 있지만 소재가 얇고 잘 늘어나는 패턴 슈트가 대부분이다. 양현석 브루노바피 포멀 디자인실장은 “고급스러운 문양의 디자인에 활동성까지 더한 ‘캐주얼라이징’ 콘셉트가 올가을 남성복에서 인기를 끌 예정”이라며 “착용했을 때 가볍고 움직일 때 편안한 패턴 정장이 대거 나왔다”고 말했다.

구찌.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구찌.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이 같은 화려한 패턴 정장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X세대’와 만나 더 활발하게 제작되기 시작했다. 90년대 급변하는 사회·문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변화의 중심 세대’들이 경제력을 갖춘 30대 후반, 40대가 되면서 값비싼 슈트 패션에도 새로운 디자인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들은 짙은 어두운 색상의 정장을 입고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이끄는 ‘기성세대’가 되기보다 환한 패턴 정장을 갖춰 입고 활동적인 에너지를 뽐내는 ‘젊은 아재’로 또 다른 유행을 이끌기 시작했다.

‘ TPO 스타일’ 맞춤형 연출

브룩스 브라더스.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브룩스 브라더스.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패턴 정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 벌로 시간(Time)과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옷을 입는 ‘TPO 스타일’을 각양각색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한 가지 색상의 슈트는 바지와 재킷, 조끼 등 세트로 입었을 때 스타일이 완성된다. 패턴 정장은 세트로 입어도 좋지만 장소에 따라 다른 옷들과 매치해도 자연스럽다. 나윤선 수트서플라이 브랜드팀 차장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서는 패턴 슈트 한 벌을 차려 입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청바지에 면 티셔츠를 입고 패턴 재킷을 걸치면 젊은 감각을 표현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패턴 정장 바지 위에 배경 직물 색상과 같은 색의 얇은 니트 상의를 걸쳐도 경쾌함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턴 정장은 몸에 딱 맞게

수트서플라이.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수트서플라이.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그렇다면 패턴 정장을 입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바로 몸에 딱 맞게 입는 ‘핏(fit)’이다. 줄무늬나 체크 패턴은 과거부터 있었던 고전 문양이다. 통 크고 펑퍼짐한 디자인에 이 패턴이 더해지면 다소 옛날 패션처럼 보일 수 있다. 전체 패션을 복고풍으로 맞춰 입는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엉덩이를 살짝 가리는 길이에 허리선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겉옷 아래 통이 좁은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

브루노바피.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브루노바피.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2018 가을·겨울 패션으로 패턴 정장을 선보였다. [사진 프리랜서 윤주상, 각 업체 제공]

재킷 안에 입는 상의와 넥타이는 패턴이 없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한 색상의 패턴이 겹쳐지면 오히려 과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킷 바탕 색상에 맞춰 같은 색상의 넥타이를 고르거나 니트를 입으면 패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바지 앞단에 주름이 두 개 잡힌 ‘투턱(two tuck)’ 바지도 피하자. 패턴에 주름까지 더해지면 뚱뚱해 보일 수 있다.

박명선 패션스타일리스트는 “넥타이 대신 패턴 색상에 맞춰 행커치프를 꽂거나 바지 아래 한 단을 바깥으로 접는 ‘턴업’ 스타일을 하면 더욱 발랄한 멋을 낼 수 있다”며 “패턴 슈트를 처음 입어 아직 부담스럽다면 재킷 안에 검정이나 회색과 같은 무채색 카디건을 입어 과해 보이는 분위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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