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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 신고센터 가동 … 한유총은 강경 대응 자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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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08면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와 비리 근절을 위한 교육당국의 공세가 본격화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19일 교육부 결정에 따라 일제히 비리 신고 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지적 사항과 처분 내용 등의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실명 공개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다.

교육청, 감사 결과 실명 공개 준비 #원생 볼모 집단행동 일삼던 한유총 #강력 반발 대신 민심 눈치보기

교육부도 대규모 감사 계획도 수립하는 등 사립 유치원 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부산·대구·울산·경기·대전교육청 등은 이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개설했다. 교육청들은 전담팀을 구성하고 장학 지도 사안인지, 조사·감사 사안인지 등을 판단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교육청들은 비위가 있더라도 해당 유치원의 실명 공개를 가급적 피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서접수 시작일(11월1일) 전에 자세한 감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국민 눈높이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근절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아직 교육부 발표에 대한 입장은 없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요구를 정부에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일 낸 입장표명 자료에도 과거와 같은 강경한 자세와 거친 표현은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4쪽 짜리 문건에서 “사법절차를 거쳐 무고함을 인정받은 유치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폭압과 독선”이라며 실명 공개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초등학교의 감사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공립유치원의 비위까지 밝히라는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다. 그동안 한유총은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점거와 몸싸움, 문자폭탄 등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개최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한유총 회원 수백명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해 7월에는 교육부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목표로 ‘5개년 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려고 하자 회의장을 점거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이처럼 한유총이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던 것은 전국 사립유치원(4282곳)의 77%가 회원으로 가입된 최대의 단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유총은 주로 설립자·원장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어 교사나 학생·학부모의 입장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유총은 이전의 ‘집단휴원’처럼 강경한 카드를 자제하고 있다. 잇따른 비리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근 기존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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