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대학 폭발로 학생 18명 이상 사망…당국 “테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동부의 케르치에 있는 한 대학에서 17일(현지시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50명 넘게 부상했다. 테러 용의자는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확인됐다.
당초 가스 폭발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테러에 의한 고의적 폭발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동부 항구도시 케르치 한 기술대학에서 폭발이 일어나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0분쯤 케르치의 보이코바 거리에 있는 케르치기술대학의 구내식당에서 정체불명의 폭발물이 폭발했다. 폭발이 발생할 무렵 이 대학에서는 소총을 난사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당국은 총격 난사범이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보고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동부 항구도시 케르치 한 기술대학에서 폭발이 일어나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해당 대학의 위치. [사진 영국 BBC 캡처]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기술대학 구내식당에서 금속 파편들로 채워진 폭발물이 터졌다”며 테러 행위에 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對)테러 진압을 맡고 있는 관계 당국도 “사제 폭발장치가 폭발한 것”이라면서 테러 사실을 확인했다.

용의자는 4학년생으로 테러 뒤 자살…동기 조사 중

외신들은 "테러 용의자는 22세로 이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블라디슬라프 로슬아코브”라며 그가 “테러 뒤 자살했고, 시신은 도서관 2층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학교 건물에서 외부인이 보였고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 초기 현지 언론들은 가스 폭발이라고 전했지만, 현지 가스회사는 사고가 발생한 대학에 대형 폭발을 야기할 수 있는 가스 배관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희생자 대부분은 10대 학생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들도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보고 받았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에 애도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에 병합됐다. 주민 투표 결과 현지 주민 96.7%가 러시아 병합을 지지한다는 것이 빌미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자국 영토에 대한 강제 점령으로 규정하고 영토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방도 이런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