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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더 높고 먼 곳을 향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32강전 1라운드> ●스웨 9단 ○최정 9단

3보(38~53)=최정 9단이 38로 우하귀에 손을 돌린 건, 더이상 우변에서 노려볼 만한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아직은 손을 돌리기 이른 타이밍이었다. 38은 먼저 53자리에 호구쳐 두는 게 더 좋았다. 당장 좌변 흑이 위험하지 않아 보이지만, 백이 a로 치중하고 b로 이을 때 c로 귀를 차단하면 흑이 당할 곳이 많아 곤란한 모양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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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이 우세한 흐름을 자기도 모르게 의식했던 걸까. 뒤이어 나온 42도 약간 아쉬운 수였다. 42는 '참고도' 백1로 늘어 백5로 끊는 것이 흑을 더 괴롭힐 수 있었다. 최정 9단의 느슨한 수들이 이어지면서 초반 백이 확보해놓은 우세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52까지 두고 나니 바둑은 어느 쪽의 편을 들기 어려운 팽팽한 상황. 다시 승부는 원점이다.

앞서 최정 9단을 여자 기사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라 평했지만 사실 최정 9단은 '여자 기사'라는 꼬리표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 기사 가운데 최고가 아니라 남자 기사들과의 대결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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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최정 9단을 만나면 매년 올해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 최 9단은 항상 "종합기전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의 롤모델은 종합기전에서 우승한 중국 출신 루이나이웨이 9단이라고 말한다. 최정 9단의 눈은 항상 높고 먼 곳을 향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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