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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뉴비지니스] '초혼보다 멋지게' 재혼식장 번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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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혼.재혼이 흔한 미국인들도 재혼의 경우에는 결혼식을 초혼보다는 조촐하게 치른다.

청첩장을 돌리지도 않고 가까운 친지들만을 집 근처 휴양지나 교회.호텔 등으로 불러 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장식이나 'just married'(방금 결혼했어요)라는 차량표시도 보기 힘들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유에스에어 직장 내에서 만난 이혼 남녀 빌(46)과 셰릴 브라운(39)의 생각은 달랐다. 그동안 이혼에 따른 고통이 컸던 만큼 초혼보다 더 성대하게 치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방문한 예식업소들마다 우선 예복.청첩장.사진.꽃 등에서 싸구려 옵션들만 보여주는가 하면 제법 괜찮은 파티장소와 음식.음료 메뉴를 고를라치면 "이것들은 초혼용이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모욕감을 느껴 그냥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세상에 돈 쓰겠다는데, 비싼 것을 사겠다는데 말리는 곳도 다 있네"라며 흥분했다. 그러다가 "차라리 우리가 예식업소를 차리자"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재혼전문 예식업'이라는 이색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2001년 말 2만달러를 들여 사무실을 준비하고 '두번째 훌륭한 앙코르 '라는 회사명을 내걸었다. 디자이너들을 모아 재혼 예복 패션쇼까지 열었다.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죽지 않는 재혼'이라는 간이 책자도 만들었다.

셰릴 브라운은 "시장조사를 해 보니 전년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결혼한 6만명 중 45%가 재혼 또는 삼혼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초혼자보다 돈도 훨씬 많다.

상당수는 결혼식을 화려하게 치르고 싶어도 주변의 이목 때문에 못했을 뿐이었고 따라서 성공을 자신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이 회사가 치러주는 예식 비용은 초혼보다 평균 30%나 높은 2천달러다. 올해 수익은 10만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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