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양가 진통 … 수도권 아파트 분양 줄줄이 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서울 강남과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대어급’ 아파트 분양 일정이 무더기로 연기되고 있다. 통상 추석 이후는 1년 중 분양이 가장 활발한 ‘대목’으로 꼽히지만, 올가을은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 가뭄’이 나타날 전망이다. 분양보증 심사를 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청약제도 개편 영향이다.

서초우성1차, 동대문 용두5구역 #조합 “집값 올라 시세 반영해야” #HUG “인근 분양가의 110% 상한” #추첨제 조정 등 청약제 개편 맞춰 #경기 위례 등은 보증 심사 연기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9~10월로 예정했던 서울 재개발·재건축과 위례신도시, 성남 대장지구, 과천 등 수도권 인기 지역 내 분양 시기를 줄줄이 미뤘다.

서울에선 삼성물산이 서초구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리더스원’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올 초부터 분양을 예고했으나 계속 연기됐다. 삼성물산은 “이달 말 분양이 목표”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분양 연기된 수도권 주요 단지

분양 연기된 수도권 주요 단지

이외에 동작구 ‘사당3구역 푸르지오’와 은평구 ‘힐스테이트 응암1구역’, 동대문구 ‘e편한세상 용두5구역’ 등도 11월 이후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이 때문에 서울 내 아파트 분양은 지난 8월 노원구 상계동에서 나온 ‘노원 꿈에그린’ 이후 끊긴 상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HUG 간 분양가 협의가 난항을 겪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조합은 최근 집값이 많이 뛴 만큼 주변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하길 원한다. 일반분양가가 올라야 분양 수입이 늘고, 주민의 사업비 부담이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HUG는 분양가 산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서울에선 3.3㎡당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를 넘으면 분양보증을 받지 못한다.

래미안리더스원의 경우 조합은 3.3㎡당 4500만원 선을 원하지만, HUG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지난해 9월 인근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 수준인 3.3㎡당 4300만원 선을 제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춰놔도 결국엔 주변 시세에 맞춰 집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분양받은 사람의 시세 차익만 늘려준다”고 지적했다.

경기권에선 북위례(위례 북쪽)와 판교 생활권인 성남 대장지구, 과천에서 아파트 분양이 미뤄졌다. HUG가 최근 위례·판교·과천 등 3곳에 분양을 앞둔 건설사에 분양보증 심사 연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9·13 대책이 담긴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이 11월 말께 시행되는 만큼 그 이후에 분양하라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지역 내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추첨제 물량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게 개정안 골자다.

HUG 관계자는 “이들 단지에 중대형 추첨제 물량이 많아 무주택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분양보증 시기를 조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법 시행 이후로 청약을 늦춤으로써 1주택자 수요를 줄여 청약 과열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GS건설이 오는 19일 견본주택 문을 열 예정이던 ‘위례포레자이’ 분양이 12월 이후로 넘어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북위례’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분양도 연기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확실한 일정은 잡지 못했다”며 “상황에 따라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 건설사 분양담당 팀장은 “일정이 미뤄지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정부 방침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 시행 전에 가을 분양 막차를 타려던 1주택 실수요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위례 청약을 노리던 송모(38)씨는 “이번 기회에 큰 평수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일정이 늦춰져 난감하다”며 “정부의 시장 간섭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지연만 부추기는 꼴”이라며 “예측 가능성 없이 정책을 바꾸면 시장 혼란만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