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불구자들과 "사기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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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제결혼상담소를 차려놓고 국내 일간지에 국제결혼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한국여자들을 대부분 불구이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일본인들과 결혼시켜 일본으로 내보낸 뒤 소개비조로 1인당 3백만원씩 모두 2억여원을 받아온 결혼상담소 주인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강남경찰서는 24일 일본국제결혼상담소 한국지사사무실을 낸 뒤 일본인과 결혼하기 위해 찾아온 김모씨(35·여) 등 한국여자 60여명을 일본인과 약식결혼식을 갖게 한 뒤 일본으로 보내고 소개료로 일본국제결혼상담소로부터 1인당 3백여만원씩 지금까지 모두 2억여원을 받아온 김세림씨(35·서울 가악동 현대아파트16동302호) 등 결혼소개업자 3명을 국외이송매매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가족인 김씨 등은 지난 87년3월부터 서울신천동 H오피스텔에「모아」 국제결혼상담소를 차린 뒤 일본에 있는 국제결혼상담주식회사 지사로 가입, 국내 일간지에 『재력있고 신체 건강한 일본인들과 결혼시켜준다』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김씨는 87년 6월30일 광고를 보고 찾아온 김모씨(35·여) 등 한국인 여자5명을 결혼하기위해 서울에 온 일본인 「미야우치·겐지」씨 (43·회사원·동경거주) 등 5명과 서울 청진동 S호텔에서 맞선을 보게 하고 하루 뒤인 7월1일 이들 모두를 서울 종암동 K예식장에서 결혼사진을 찍게 한 뒤 여자들에게 『파혼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김씨 등은 결혼상담소를 찾아온 여자들이 거의 대부분 일어를 할 줄 모른다는 점을 이용, 맞선과정에서 통역을 통해 일본인들이 상당한 재력과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소개를 통해 일본인 「겐지」씨와 결혼한 뒤 일본으로 건너갔던 김모씨에 따르면 「겐지」씨는 소개소에서 소개받은 것과는 달리 신경정신질환자로 일본에 간 지 10일뒤부터 자신에게 『한국에서 아파트를 팔아 지참금으로 가져온다는 약속과 다르다』며 자신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게치」씨의 폭행에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뒤 재일교포들에게 비행기삯을 빌어 귀국, 상담소대표 김씨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에 붙잡혀 온 상담소 대표 김씨는 『한국여자들의 요청에 따라 일본인들을 소개시켜주었을 뿐 불법적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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