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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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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호
김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 광주총국 기자

김호 광주총국 기자

‘흑산도에서 서울까지 1시간이면 간다’

2013년 5월 한 기사의 제목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소형 공항을 짓기 위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사다. 추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당시 예상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4.38에 달해 수익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년여가 흐른 현재 서울에서 흑산도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목포까지 이동한 뒤 다시 쾌속선을 타야 한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시작도 못한 흑산공항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2009년 정부가 검토 용역을 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흑산도 예리 일대에 1833억원을 들여 2020년 개항을 목표로 공항을 짓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환경파괴 논란 속에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 엄청난 규모의 공사를 하는 것처럼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흑산공항은 작은 공항이다. 활주로 길이는 1200m. 인천공항(3750m)은 물론 소규모 공항인 무안공항(2800m)과 비교해도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운항 예정 항공기도 수백명이 아닌 50인승만 가능한 소규모다.

흑산공항이 현 정부가 호남 지역에 특혜를 주기 위해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흑산도 주민 2000여 명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흑산공항은 흑산도를 포함해 인근 홍도·가거도 등 최소 1만명 이상이 이용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흑산도·홍도 등을 찾는 한 해 36만여 명의 관광객도 편리하게 이용하게 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흑산도 주민을 개발에 눈이 멀어 철새 서식지 훼손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다. 주민들은 1981년 섬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음과 동시에 생활에 불편을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가지치기를 하고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철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결론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단계인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잇따라 연기·보류되면서다. 그 사이 소모적인 의견 대립이 계속되며 거짓 정보까지 확산하고 있다. 뱃길이 통제되면 발이 묶이는 먼바다의 섬 주민들에게 흑산공항은 생존권 문제다. 주민들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는 거두고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집중해 10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김호 광주총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