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삼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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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세상 참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는 게 우리뿐만 아니다. 멀다고 할 수 없는 이웃 대만도 달라진 것으로 치 면 우리 못지 않다.
장개석→장경국 총통으로 이어졌던 일당일가체제의 삼엄한 정치분위기가 대만성 출신의 총통으로 바뀌더니 40년만에 복수정당을 인정하는 인민단체조직법을 20일 통과시키는데 까지 왔다.
90년에 있을 총통선거를 대비한 국민당 내의 계보가 형성되면서 경선 체제를 대비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할 일이었다.
삼불(불 접촉, 불 담판, 불 타협)정책으로 대표되었던 중국대륙과의 양안관계도 달라졌다. 홍콩의 시사월간지『구십 년대』(1월 호)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원 정무위원인 심군산은 양안관계를『재 삼불』이라는 용어로 다시금 해석하고 있다.
「불감타」(감히 때리지 않고)「불능타」(때릴 수도 없으며)「불 상타」(때릴 생각도 않는다)의 3원칙이다. 대륙과의 현실적 힘의 관계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평화적 경쟁관계를 지속하자는 정책이어서 설득력을 갖는다.
재삼불의 관계로 발전되기까지에는「삼불」을 넘어「삼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요료 해」(이해하려 들고),「요 개입」(개입하려 들며),「요 주도」(주도하려는)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경쟁적 관계를 주도하자는 뜻이다.
「삼요」의 단계는 경제·문화적 교류를 통한 교섭의 단계가 될 수 있고,「재 삼불」의 단계는 정치·군사적 접근을 노리는 힘의 균형 논리가 될 수 있다.
분단고착에서 평화공존의 체제로 나아가려는 대륙과 대만과의 노력이 남-북한간의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걸 보면 분단 극복의 어려움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힘의 균형이 남-북한만큼 첨예하지 않고 체제의 우월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대만 쪽으로서는 삼요·재 삼불 정책을 내놓을 만큼 경쟁력을 자랑한다. 분단극복의 노력이 삼불」에서「재 삼불」로 변화한 만큼 세상은 확실히 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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