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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ed 미쳤다"···증시폭락, 금리인상 탓으로 돌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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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날 기자들과 만나 "Fed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날 기자들과 만나 "Fed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Fed)가 미친 것 같다."

10일 뉴욕 증시 폭락하자 #"Fed 금리 인상은 실수하는 것" #전문가들 "IMF의 성장률 하향 조정 #미 국채 수요 감소에 시장 반응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미쳤다(crazy)"고 비난했다. 이날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Fed의 금리 인상 탓이라며 Fed에게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 유세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주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Fed는 실수하고 있다"며 "너무 빡빡하게 군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Fed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증시 폭락의 책임을 Fed에 전가하며 비난했지만 정작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폭락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부터 여러 차례 Fed의 금리 인상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지난달 Fed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든다(not happy)"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슬로건 아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시가 폭락하자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Fed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Fed는 지난달 26일 올해 3번째로 금리를 인상했고, 연말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경제가 "기록적인" 수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문제도 없는 상황인데, (경제 성장)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등락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증시가 '오르면 내 덕, 내리면 네 탓'이란 설정을 사용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자신이 주도한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전쟁 등 주요 경제 정책이 성공해 주가가 올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증시가 폭락하자 한편으로는 Fed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동시에 폭락 상황 자체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하락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조정 장세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Fed가 하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15%(831.83 포인트) 떨어져 2만5598.74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29% 하락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 2월 이후 일간 하락 폭으로는 최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08% 급락했다. 나스닥 하락 폭은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뉴욕 증시는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검은 수요일'로 기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 폭락 원인으로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데 주목했다. IMF는 무역전쟁과 신흥 시장 금융 불안을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내린 게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판매된 미 재무부 국채가 과거보다 응찰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이 움츠러들었다고 증시 폭락 원인을 분석했다.

나스닥의 경우는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에 급격히 오른 만큼 조정 장세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나스닥은 올해 들어 19% 올랐는데, 이날 4~5% 급락한 부분을 빼더라도 10% 이상 상승한 셈"이라고 전했다.

뉴욕 증시 폭락 여파는 아시아로 넘어왔다. 11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462.67포인트(1.97%) 하락한 2만3043.37로 출발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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