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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미래

부러운 NASA의 환갑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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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아이젠하워 시절에 우주 시대를 열었고 케네디 때는 달에 가는 임무를 받았다. 이제 다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명령에 따라 달과 화성으로 간다.” 지난 1일 미 항공우주국(NASA) 짐 브라이든스타인 국장이 공개한 영상 메시지다.

요즘 미국 과학계는 온통 잔치 분위기다. NASA가 창설 60주년을 맞은 데다, 내년이면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50년 만에 다시 ‘달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이번엔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과 달 기지 구축이 우선 목표다. 이를 통해 화성과 같은 더 깊은 우주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민들은 잊었던 반세기 전 추억을 되살리며 열광하고 있다.

60년 전 도전과 출발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1957년 10월 4일 외신을 타고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 발사 소식이 알려졌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이었다.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스푸트니크1호가 미국 상공을 지날 때마다, ‘폭탄이라도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 미국인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말 그대로 ‘스푸트니크 쇼크’였다.

‘전쟁 영웅’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우주 관련 기관을 모두 합쳐 NASA 발족을 명령했다. 그렇게 1958년 10월 1일 NASA가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아이젠하워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케네디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당시로써는 무모한 계획이었지만 아폴로 계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달 탐사는 이후 정권을 바꿔가면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을 우주 강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우주산업 국가로 올려놨다.

NASA의 ‘환갑잔치’를 바라보는 한국 과학기술인들의 마음은 부럽다 못해 착잡하다.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한참이나 늦은 우리의 사정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NASA처럼 독립된 우주 전담 부처 하나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출연연마저 제각각이다. 우주과학 연구는 천문연구원, 인공위성·로켓 개발은 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차량 개발은 과학기술연구원…. 따로국밥이 따로 없다. 정부가 올해 초 소행성 탐사귀환 계획을 발표했는데, 탐사 주무기관이 되어야 할 항우연에는 소행성을 아는 연구자가 한 명도 없다. 그나마도 먼저 세운 달 탐사 계획조차 정권 따라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마당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최준호 과학&미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