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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택시 잡고 “마포” 외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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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태희
박태희 기자 중앙일보 팀장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

‘누구든 탈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언제든 내릴 수 있는 편리한 희망 배달부.’ 2010년 개봉한 영화 ‘도쿄택시’ 제작진은 택시를 소재로 삼은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일본 4인조 록밴드가 서울 공연 기회를 잡지만 리드싱어 료가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료는 서울 공연을 위해 택시 이용을 결심한다. 료는 도쿄 롯폰기에서 호기롭게 택시를 세우고는 “서울 마포”를 외친다.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으며 두어 차례 퇴짜를 맞지만 그야말로 ‘기사도’에 충실한 분을 만나 한국 공연 길에 오른다. 배에 택시를 싣고 온 듯한 장면만 슬쩍 보일 뿐, 부산까지의 도착 과정이 상세히 그려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료는 택시로 한국에 도착한다. 이후 일본 택시의 부산~서울 상경기가 펼쳐진다.

‘도쿄택시’가 생각난 건 최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기 시작했다는 본지 단독 보도 때문이다(2018년 10월 3일자 12면). 수천 개 댓글과 e메일에 쏟아진 독자 반응에 일본 택시를 언급한 내용이 많았다. 한국과 크게 두 가지를 비교했는데 하나는 도쿄 택시의 기본요금이 지난해 730엔에서 410엔(약 4000원)으로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보다 물가가 비싼 도쿄도 기본요금을 내리는데 왜 서울은 인상하느냐는 불만이었다. 또 하나는 “일본 택시처럼 친절하면 인상된 요금도 기꺼이 내겠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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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팩트부터 수정하면 도쿄 택시의 기본요금은 내리지 않았다. 과금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2㎞ 기본료 730엔, 이후 280m당 90엔 추가’ 방식에서 ‘1.052㎞ 기본료 410엔, 이후 237m당 80엔 추가’로 달라졌다. 바뀐 방식으로 2㎞를 가면 정확히 바뀌기 전 기본요금(730엔)이 나온다. 2㎞ 미만 단거리를 급히 움직여야 하는 학생 등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기본료 구간을 잘게 나눈 것이다. 서울에서 약 5000원 요금이 나올 거리(4.5㎞)를 도쿄에서 이동하면 1만5000원가량 나올 정도로 일본 택시요금은 비싸다.

친절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 기사들은 캐리어가 있으면 내려서 실어주는 건 기본이다. 자동문이어서 하차한 뒤 바닥에 짐을 내리고 문을 닫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내부 청결은 담배 냄새에 찌든 국내 택시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은 6년 만이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4860원에서 두 배 넘게 올랐다. 왜 인상했느냐는 논란보다는 6년간 조금도 나아진 게 없었던 서비스 향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서울 택시가 (승차 거부 없어) 누구든 탈 수 있고, (빙빙 돌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언제든 내릴 수 있어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