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깊게 퍼져가는 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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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마초를 피우고 음악을 들으면 구름 위에 뜨듯 황홀감에 빠져요.』
l6일 오후 서울용산경찰서 형사계.
몽롱한 눈빛의 10대 소년 10여명이 대마초를 피우게된 나름의 이유를 털어놓고 있다. 『맨 처음에는 중학교 동창생들과 만나 호기심으로 사서 피우기 시작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대마초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는 한 소년의 고백.
『5천원 주고 1봉지를 사면 15개비를 말아서 1주일 정도 피울 수 있어요.』
이들 소년들은 용산전자상가 주변 대마초 판매상들로부터 아무 죄의식 없이 대마초를 사 피워왔다.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서면서 3식구의 생계를 이어준 오리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것을 했구만요.』
소년들에게 대마초를 팔다 연행된 김할머니(62)는 『대마초 취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찰의 선처를 호소한다.
대마초를 판 어른이나 이를 피운 소년들 모두에게서 대마초의 해악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멋모르고 피웠는데 무엇보다 부모님께 송구스럽습니다.』
경찰서에 연행돼서야 뒤늦게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친 10대 소년들은 고개를 떨구며 용서를 빈다.
『대마초의 폐해도 모른 채 당장의 황홀감을 만끽하기 위해 빠져든 청소년이나 이들에게 한푼의 이익을 위해 대마초를 판 어른 모두가 공범입니다.』
담당형사의 호된 꾸지람 앞에 공범자(?)들은 할말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마약이 특정집단의전유물이 아니라 우리주변에 넓고 깊게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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