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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우리 부부 슬픔에 잠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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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 총회장 3층 로비 한 켠에 마련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빈소에서 23일 한 조문객이 방명록에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제네바=박경덕 특파원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산하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던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장례식이 24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WHO 주관으로 치러진다. 고인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22일 WHO와의 협의에서 "WHO 공식 장례식 절차를 치르되, 가톨릭 의식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장례식은 스위스 제네바 중앙역 부근의 노르트담 성당에서 열린다. 이 총장은 숨지기 전날 아침 의식불명 상태에서 가톨릭 신자인 부인의 희망에 따라 영세를 받았다. 유족들은 고인을 화장해 서울로 운구키로 결정했다고 최혁 주 제네바 대사가 전했다. 유골은 28일 오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병원과 가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22일 개막된 WHO 연례총회를 앞두고 과로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쓰러진 20일은 휴일(토요일)이었지만, 중국.스페인 보건장관과의 만남이 잇따라 잡혀 있었다. 레이코 여사는 "남편이 이날 아침부터 '머리가 이상하게 아프다'고 말했다"며 "남편을 쉬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침통해했다. 페루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레이코 여사는 지난주 초 제네바를 방문해 남편과 마지막 며칠을 함께 보냈었다.

WHO는 22일 연례총회를 시작하면서 유엔 유럽본부 총회장 한 켠에 임시 빈소를 마련하고 각국 조문객들을 맞았다. 총회 참석차 제네바를 방문 중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문록에 가장 먼저 서명했다. 유 장관은 한국 정부의 조문사절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WHO 사무총장 대행과 유족들에게 각각 조전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 총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국민묘지 안장을 결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고인이 세계 보건계에 큰 기여를 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한 만큼 24일 중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을 추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국내의 지인과 일반인들의 조문을 위해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1층에 분향소를 설치키로 했다. 분향소는 24일부터 28일까지 운영된다.

고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애도 성명도 줄을 이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 총장은 세계 최고의 보건 책임자로서 수백만명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 부부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겼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보건부도 각각 애도의 뜻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은 "WHO는 뛰어난 지도자를 잃었고, 중국은 진실한 벗을 잃었다"고 말했다. 북한도 추모 대열에 동참했다. 리철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는 이날 조문록에 서명하고 "이종욱 선생이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에 바친 공적은 후대에도 길이 남아 찬양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바=박경덕 특파원
서울=박승희.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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