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이 21일 TV에 나와 잠실에서 벌어진 한화-두산 경기를 해설했다. 감독관은 KBO 소속이다. 프로야구 운영의 주체로서, 말 그대로 경기를 감독해야 할 감독관이 방송사 마이크를 잡고 경기 해설에 나섰다는 건 본분 착각이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의미다.
그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일해 왔던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23일 "처음에 유승안 감독관으로부터 해설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팀장 회의 때 물어봤다. 그랬더니 딱 한 경기고, 예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다는 말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잘못을 인정한다. 경기인 출신인 내가 야구인들과 익숙하다 보니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해설을 하려면 경기감독관을 그만두고 하라고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여기서 하 총장이 말한 '경기인 출신인 내가 야구인들과 익숙하다 보니 쉽게 생각했다'는 부분이 목에 걸린 가시 같다. 하 총장은 지난 8일 취임하면서 '야구인'과 '경기인'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직접 야구를 했던 사람은 경기인, 야구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야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야구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경기인으로서 야구를 너무 편하고 쉽게 생각해 그 같은 '본분 착각'을 묵과했다는 의미다. 경기인이라면 더 어렵고, 더 주위를 의식해야 할 곳이 야구계여야 한다. 그래야 정통성이 살고, 품위가 생긴다.
프로야구는 8개 구단의 순위를 가리는 경쟁이기 이전에 스포츠다. 스포츠의 기본은 원칙과 규칙(룰)이다. 그 틀 안에서 경쟁의 과정을 통해 감동을 만들어 나가는 게 순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원칙과 규칙은 무시당하고 결과와 순위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본과 원칙을 간과한 게임은 스포츠가 아니라 야바위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