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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한 중국인 교수 "청년이여, 눈치 보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이토록 자유분방한 '교수님'이 또 있을까. 경기대학교 바이오융합학부 동커 교수를 만나고 나서 든 생각이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 질끈 묶은 파마머리. 흔히 떠올리는 근엄한 교수님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 또한 자유로움이었다. 다른 이의 시선에 갇혀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국내 대학서 학부 졸업 후 석·박사 마쳐 #경기대 바이오융합학부의 교수로 임용 #"주변 시선 의식해 자기 꿈 꺾어서야" #"과감하게 내 길 걷는 뚝심 필요" #"과감하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게 맞을까' '내가 이걸 해도 될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동커는 짧은 미국 유학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한국에서 지냈다.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박사 과정을 거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었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지도교수님과 의견이 다를 때, 나는 거침없이 내 의견을 밝혔다. 짧은 한국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집에 와서 이메일로 적어 교수님께 보내기도 했다. 서로의 의견을 통일해서 함께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 가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인이자 젊은 교육자인 그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지난 8월 서울 상암동에서 그를 만났다.

옷차림이 남다르다

편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다. 내가 연구하는 미생물 생태학은 토양 속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밖으로 돌아다니며 땅 파고 손에 흙을 묻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씩 학교에 계신 원로 교수분들이 깜짝 놀라시기도 한다. 그래서 공적인 자리에서는 양복을 입을 때도 있긴 한데, 주로 청바지에 티셔츠, 등산화를 많이 신고 다닌다.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됐다

올 3월에 임용됐으니 33살에 교수가 됐다. 운이 좋았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내가 원하는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지금 두 명의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 한 명은 한국인, 한 명은 중국인이다. 학생보다는 함께 연구하는 동지들이라는 생각이 크다. 내일 새벽에는 함께 설악산에 가서 흙을 채취해오기로 했다. 가급적 편하게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출처 동커]

[출처 동커]

언제 한국에 왔나

2005년, 중국 산둥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한국에 있는 경기대학교에 편입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할 줄 아는 한국어는 딱 두 문장이었다. '안녕하세요'와 '중국 대사관 여기에서 멀어요?'다. 이 두 문장만 할 줄 알면 한국 생활에 문제 없을 거라고 했는데, 확실히 인사는 많이 하고 다닌 것 같다.

한국에는 왜 왔나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건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중국에서 대학 시절 생물과학을 전공했는데 과 대표도 하고 동아리도 만들며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300명 중 1등을 하고 장학금도 받았으니 꽤 화려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것저것 원하는 것을 많이 해보고 나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에 왔고 석사를 마친 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박사를 마쳤다.

한국의 교육 환경은 어떤가

학생들이 성실하다. 그런데 표현을 하지 않는다. 중국이 특별히 토론 문화가 발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한국에서는 토론할 기회가 정말 없다. 상대방의 관점을 알고 싶어서 이야기를 건네면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처럼 동의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반응이 궁금해서 잽을 날려도 돌아오는 펀치가 없다. 연구자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피드백이 없으니 아쉽다.

반박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교수님께서 몽골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연구실에서 지도 교수님과 의견이 다를 때도, 나는 거침없이 내 의견을 밝혔다. 짧은 한국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집에 와서 이메일로 적어 교수님께 보내기도 했다.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은 좋지만 나아가는 방향을 정할 때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아 더욱 발전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출처 동커]

[출처 동커]

한국과 중국 문화의 차이인 걸까

같은 아시아권인데도 분명 다르긴 하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문화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일본 사람은 아주 꼼꼼하게 열심히 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부분도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한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 중국은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을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결과가 잘 나오면 된다. 이런 부분이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은 과정도, 결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점이지만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신경 써야 하는 과정이 참 많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최근에 학회에 갔다가 느낀 것이 있다. 학생들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주체의 눈치를 보느라 원하는 주제를 계속 이어 가지 못하고 연구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기더라. 학자를 꿈꾼다면 적어도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내가 뭘 하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한 다음 그것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팔방미인이 되기는 어렵다. 내 연구 방법이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나만의 성과를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나의 길을 가다 보면 따라오는 사람이 생기고 그렇게 하나의 분야가 되며 성공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게 맞을까' '내가 이걸 해도 될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부끄러워하지 말라. 용기를 내야 원하는 것도 이루지 않겠나.

 차이나랩 김경미, 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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