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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이어 주주행동주의 투자 계속할 것”...‘한국판 엘리엇’ 표방 플랫폼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맥쿼리인프라펀드(MKIF)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같은 국내 자산을 보유한 3조원 규모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펀드다. 호주계 금융사 맥쿼리자산운용이 설립하고 지난 16년간 운용을 맡아왔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맥쿼리인프라펀드 운용사 교체 주장 ‘부결’ #“5% 미만 지분으로 기관 인식 바꿔” #“국내 기업 대상 주주 행동주의 투자 계속“

골리앗과도 같은 맥쿼리에 설립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국내 자산운용사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반기를 들었다. 플랫폼은 지분 3% 보유 사실을 알리면서 운용사 교체를 요구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가져가는 운용 보수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날 임시 주총에서 운용사 교체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맥쿼리인프라펀드 주주 74%(총 발행 주식 수 기준) 참여, 31.1% 찬성. 찬성표가 50%를 넘지 않아 운용사 교체 안건은 부결됐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 행동주의 투자 첫 도전은 이렇게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플랫폼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를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를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4일 정재훈(47)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정 대표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 행동주의 투자는 맥쿼리인프라펀드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많은 투자처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배 구조와 수익성 개선의 여력이 있지만 이사회를 포함한 주주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은 국내 회사를 다음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주장한 운용사 교체는 결국 과반 주주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그런데 어떤 성과가 있었다는 얘기인가.
“여러 곳에서 성과가 무엇인가 물어본다. 객관적 수치가 중요하다. 의결권 자문기관 5곳 중 3곳이 우리 편을 들어줬다. 운용사 변경이라는 극단적 주장이었기 때문에 진 것이지 운용 보수 인하였다면 압도적 찬성이 나왔을 거다. 생명보험사, 연기금 쪽에서 적지 않은 찬성표를 던졌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너희가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했고, 5%도 안 되는 지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관투자가의 인식을 바꿨다. 저희가 봤을 땐 엄청난 성과다.”

-이번 부결로 회사에 타격은 없나.
“자산 운용 규모가 5500억원 수준인데 올해 말 1조원이 넘어갈 거로 예상한다. 출범 2년6개월 된 자산운용사치고는 빠른 성장 속도인 것 같다. 이번 행동주의 투자 덕분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일단 저희가 원하는 것은 규모보다는 행동주의 투자로 영향력을 갖춘 회사다.”

정재훈 대표는 ’맥쿼리인프라펀드에 이어 앞으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행동주의 투자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정재훈 대표는 ’맥쿼리인프라펀드에 이어 앞으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행동주의 투자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원래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방향을 갑자기 바꾸게 된 계기를 놓고 뒷말도 많았다. 맥쿼리자산운용 출신 인사 영입 논란, 표 대결 과정에서의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투자) 의혹 등이 일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아쉽긴 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처음 시도나 마찬가지라서 그런 것 같다. 경영진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간다든지 해서 아쉬웠다. 서로 협의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극한 싸움으로 간 듯하다. 저희가 주주 행동주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 일본엔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 10여 개가 활동 중이고, 미국에선 주류 투자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경영진이 1세,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면서 주식 투자자가 바라보는 관점과 경영자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한 비효율,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내 기업 환경을 본다면 주주 행동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앞으로도 맥쿼리인프라펀드 때와 같은 행동주의 투자를 해나갈 것인가.
“그렇다. 이미 몇 개 국내 기업을 투자처로 보고 검토 중이다. 다만 (맥쿼리인프라펀드 때와 달리) 부드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한다. 저희가 원하는 방향은 기존 경영진을 존중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거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주주 행동주의 투자(shareholder activist investment)=지분을 미리 사들인 다음 해당 기업에 구조조정, 배당 확대, 경영진 교체 등을 직접 요구하는 투자 방식. 지분 가치를 높여 수익을 올리는 게 주 목적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지분 매입 후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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