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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한 소방점검이 부른 참사…남동공단 화재 업체대표 등 4명 영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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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조사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 [뉴스1]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조사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 [뉴스1]

화재로 근로자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대표 등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또 오작동인 줄 알고 경보기가 포함된 복합기를 끈 경비원도 입건됐다.

또 안전불감증, 민간소방점검 허술

인천지방경찰청 사고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세일전자 대표 A씨(60)와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 B씨(49) 등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4일 밝혔다.
또 화재 당시 복합수신기를 꺼 경보기 등이 울리지 않도록 한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 C씨(57)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 10명은 올 8월 21일 오후 3시43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9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억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 발생 2개월 전에 실시된 민간 소방시설업체의 자체점검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9명이 숨졌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9명이 숨졌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문제 없다던 4층, 경찰이 조사해보니

세일전자에 대한 민간 소방시설 자체점검은 올 6월 19일 실시됐다. 민간업체는 세일전자 안전담당 직원과 점검을 함께 했다. 점검 후 1~3층에 화재감지기가 없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작 불이 난 4층 시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점검 결과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4층 방화문을 훼손한 뒤 유리문을 설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화재 발생 전부터 공장 4층 천장에서 누수와 결로 증상이 있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다.

점검 시간도 짧았다. 이들이 공장 4개 층을 모두 점검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16분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시간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4층 건물을 점검하려면 최소 4명이 6~7시간 점검을 해야 한다는 소방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확보했다”며 “자체 점검에 필요한 장비도 제대로 가져오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불이난 세일전자 공장 4층에 대한 2차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불이난 세일전자 공장 4층에 대한 2차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경보기 오작동 사측도 알고 있었다

평소 오작동을 자주 일으킨 경보기에 대해 사측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측이 평소 외부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들에게 ‘오작동이 자주 발생하니 비상벨이 울리면 경보기와 연결된 복합수신기를 즉시 꺼라’는 지시를 내린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경비원 C씨는 오작동인 줄 알고 경비실에 설치된 복합수신기를 꺼버렸다. 그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도 오작동을 잘 일으켜 복합수신기를 끈 뒤 현장을 확인했는데 화재 당일에도 오작동인 줄 알고 껐다”고 진술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또 안전불감증에 의해 피해가 컸다”며 “사측은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난해부터 소방 관련 설비를 보수하는 등 비용도 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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