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기견에서 美영웅견으로”…희망의 증거된 장애견 치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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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비참하게 버려져 네 다리를 잃었던 개 '치치'가 미국에서 인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치료견으로 거듭나며 2018 미국 영웅견 상(Hero Dog Awards)을 받게 됐다. [사진=NBC 투데이쇼 동영상 캡처]

한국에서 비참하게 버려져 네 다리를 잃었던 개 '치치'가 미국에서 인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치료견으로 거듭나며 2018 미국 영웅견 상(Hero Dog Awards)을 받게 됐다. [사진=NBC 투데이쇼 동영상 캡처]

2016년 1월 초. 경남 함안의 한 시골마을에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발견됐다. 얼핏 불법투기된 생활쓰레기처럼 보이는 이 봉투 안에는 네 발이 압박붕대로 묶인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골든리트리버의 상태는 참혹했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압박붕대가 오랜시간 발을 옥죄어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늦게 발견된 탓에 결국 네 다리는 절단됐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동물보호단체의 도움과 생에 대한 의지 덕분에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었다.

간신히 건강을 되찾은 골든리트리버에게는 ‘치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지가 없는 복음주의자 ‘닉 부이치치’처럼 세상의 희망이 되라는 뜻이었다.

지난 2016년 1월 발견 당시 치치. 동물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 '해피앤딩레스큐'의 도움으로 치료와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나비야사랑해 ]

지난 2016년 1월 발견 당시 치치. 동물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 '해피앤딩레스큐'의 도움으로 치료와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나비야사랑해 ]

문제는 다음에도 이어졌다.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평생 재활치료가 필요한 치치에게 국내 입양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치치의 안타까운 소식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가정에 전달됐고, 그해 3월 11일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리고 2년여가 흐른 지난 1일. 치치는 미국의 영웅견이 됐다. 미국 NBC 방송의 ‘투데이쇼’는 홈페이지를 통해 네 다리에 의족을 차고 다니며 사람을 돕는 한국 출신의 개 치치가 ‘2018 미국 영웅견 상’(Hero Dog Awards)을 받게됐다고 전했다.

영웅견 상은 동물구호단체 ‘아메리칸 휴메인’(American Humane) 주관으로 매년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이 단체는 치치가 다리에 의족을 차고 재활치료센터 등을 방문해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공인 치료견(theraphy dog)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치치의 주인인 엘리자베스 하웰은 “사람들이 치치를 만날 때 용기와 인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태도와 영감을 얻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버려져 네 다리를 잃었던 유기견 '치치'가 미국으로 입양된 뒤 의족을 차고 재활치료센터를 방문해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치료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chichirescuedog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에서 버려져 네 다리를 잃었던 유기견 '치치'가 미국으로 입양된 뒤 의족을 차고 재활치료센터를 방문해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치료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chichirescuedog 인스타그램 캡처]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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