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기자, 영국서 취재 중 고함·난동 부리다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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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체포된 CCTV 특파원 쿵린린(왼쪽)과 지난달 초 스웨덴 경찰에 의해 호스텔에서 끌려나가는 중국인 관광객[CCTV 캡처,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연합뉴스]

영국에서 체포된 CCTV 특파원 쿵린린(왼쪽)과 지난달 초 스웨덴 경찰에 의해 호스텔에서 끌려나가는 중국인 관광객[CCTV 캡처,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인 중앙(CC)TV 기자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홍콩 독립 활동 행사에서 난동을 피우다 취재 활동을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측은 영국이 중국 언론인의 취재 활동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행사장에서 중국 기자가 먼저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가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 보도와 홍콩워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의 시민단체 '홍콩 워치'와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는 '홍콩의 자유, 법치, 자치의 약화'라는 주제로 런던 버밍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사건은 이날 홍콩 워치 설립자가 "중국은 홍콩 반환 때 (중국과 홍콩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라고 한 것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벌어졌다.

이 행사를 취재하러 온 CCTV 영국 특파원 쿵린린(48·孔琳琳)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은 거짓말쟁이, 반중(反中)분자다. 당신은 중국의 분열을 원한다"라고 고함을 친 것이다.

그는 또 행사장에 있던 영국 인사들과 홍콩 야당 인사들을 향해 "나머지도 모두 반역자이자 꼭두각시, 가짜 중국인들"이라고 소리쳤다.

행사장에서 소동이 벌어지자 사회자가 쿵린린에게 퇴장을 요구했지만, 그는 "나는 기자이고, 항의할 권리가 있다"며 거부했다.

그는 자신을 제지하고, 데리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뺨을 때리는 소동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은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며 알려졌다.

주영국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쿵린린은 영국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가 곧바로 풀려났다.

쿵린린이 소속된 CCTV는 이번 사건에 강력히 항의하며 영국 당국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CCTV 대변인은 "영국에서 중국 언론인의 합법적인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침해받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사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중국 국제라디오방송의 온라인판인 CRI 등 중국 현지 언론들도 쿵린린이 행사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취재 활동을방해받고, 물리적인 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행사명과 행사 내용, 해당 기자의 언행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스웨덴에서 한 중국 관광객이 스웨덴 경찰에 의해 호스텔에서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스웨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인 관광객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갔다며 공식 사고를 요구했지만, 스웨덴 현지 매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무리한 행동을 했다고 보도해 갈등을 겪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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