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봉 의원 구속은 야권요구 따른 조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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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분규 예방책 세워라">
○…노태우 대통령은 13일 『노사관계의 안정 없이는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경제발전 없이는 국가발전을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올해도 3, 4월의 임금 조정기에 노동쟁의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사전예방책을 세워 빈틈없이 대응하라』고 지시.
노대통령은 『특히 노사분규를 담당한 관계자들이 올해도 고생이 많을 것』이라며 일부러 담당과장을 불러 방위산업체 등의 불법노사분규에 대해 공권력을 개입시키도록 했는데 이것이 앞으로 노사문제를 풀어가는데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해 질문.
이에 대해 박길상 노사협의과장은 『노사분쟁에 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아무리 열심히 잘한다 하더라도 노사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이므로 양측을 만족시킬 수 없고 최선을 다해봐야 본전』이라고 전제, 『연초의 방위산업체 등에 대한 공권력개입에 대해 근로자들이 상당히 반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이를 계기로 노사관계에 있어 법과 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관행을 만들겠다』고 보고.
노대통령은 또 『오는 3, 4월 임금 조정기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를 담당하는 과장은 누구냐』고 특별히 관심을 표명한 뒤 『임금인상은 원칙적으로 노사자율로 결정돼야 하겠지만 노사간의 견해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일을 할 것이냐』고 질문.
노대통령은 담당과장이 여성이라고 하자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전재희 임금복지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주들의 생각이 과거와 달라져야한다는 점』이라며 『이제부터는 사업주가 회사의 사소한 일까지 근로자들에게 알려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로부터 불신을 사게돼 노사문제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

<"더 이상 밝힐 것 없다" 합류>
○…「전두환 전대통령이 이달 말께 5공비리 관련 진상을 자진해 모두 밝히고 형사처벌도감수할 것」이란 일부보도가 나가자 민정당쪽 인사들은 물론 전씨 측근들도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펄쩍뛰며 부인.
이종찬 사무총장은 13일 그 보도가 여권고위소식통을 인용한 사실을 들어 『민정당 외에 또 다른 민정당이 있는 모양』이라며 공식부인하곤 『현재로선 서면질문이 있을 경우 그에 답변서를 보내는 방식을 취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해명.
전씨의 법률자문을 맡고있는 이량우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3일의 대국민사과로 전씨의 입장은 모두 밝힌 것』이라고 말하고 『전씨는 개개 사건에 대해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고 상세한 내막은 잘 모르는 만큼 더 이상 밝힐 것도 없고 증언할 것도 없다』고 설명.
한편 민정당은 현재 선서면-후방문 증언청취라는 간접증언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전씨 측근들과 막후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

<"비리증거 발견에 애로">
○…민정당의 박준규 대표위원은 이학봉 의원의 구속이 검찰수사에서 비리가 드러나 불가피하게 취한 조처의 성격보다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치적 차원에서 결정된 것임을 실토.
박 대표는 12일 저녁 이 의원이 구속된 후 시·도 지부장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 의원의 구속은 야권의 집요한 요구와 여론이 너무 강하게 형성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취해진 조처』라며 『구속은 했으나 부정의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더라』고 배경을 밝히고 이원조 의원도 소환하겠다는 검찰측와 통보가 있었음을 공개.
그러나 13일 오전의 민정당 당직자회의는 이례적으로 『확인해보니 이 의원이 검찰에 소환된 사실이 없다』고 공식발표.
한편 민정당은 민주당이 이 의원의 구속에 따라 의원직사퇴를 전제로 보궐선거를 주장한데 대해 『그렇지 않아도 5공 비리에 몰려있는 판에 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지역 의석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표로써 민정당이 또 한차례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걱정하며 이의원의 자진사퇴를 최대한 막기로 결정.

<한국자본주의 전근대성 탓>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13일 동교동자택에서 현대그룹노조원피습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발동을 주장한데 이어 당사에 나와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 문제를 재 강조.
김총재는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는 한국자본주의가 갖고있는 전근대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1백년전 미 「록펠러」「포드」재단 등을 예로 든 뒤『이는 현대그룹문제인 동시 우리나라의 경제-노사가 안고있는 문제』라고 주장.
평민당은 전두환씨가 사실을 밝힌뒤 형사처벌을 감수할 것이라는 일부 설에 대해 『그 같은 자세가 사실이라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다행스런 일』이라고 반겼는데 이상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전씨가 그 같은 자세를 가지고있다면 국민의 요구대로 직접 청문회증인으로 나와 사실을 밝혀야할 것』이라고 한단계 더 높여 주문.

<핵심구속·전씨 증언 별개>
○…민주당은 13일 구속된 이학봉 의원의 출당 등 후속조치를 민정당에 요구하고 장세동·이원조씨의 구속수사를 재 강조하는 등 계속 맹공.
2박3일간의 제주도휴가를 끝낸 김영삼 총재주재로 열린 이날 당직자 회의에서 김동영 부총재는 『우리 당이 주장해 온 5공 핵심인물을 거세하는 것은 5공 청산의 본격출발』이라고 했고, 황명수 부총재는 『야당분열총책인 장씨, 정치자금 모금책 이씨, 언론 말살책 허문도씨도 마찬가지』라고 주장.
이기택 부총재는 『그러나 검찰수사와 국회차원의 5공 조사는 별개사안』이라고 못박고 『핵심인물구속이 전두환씨의 국회출석문제를 흐리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
회의에선 이 의원에 대한 의원직사퇴가 빠른 시일내 이뤄져야한다는 점이 강조됐는데 민주당은 이 의원의 지역구인 김해의 보궐선거까지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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