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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변호사" 10대 4명이 70대 경비원 폭행, 확인해 보니…

중앙일보

입력

70대 경비원을 폭행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는 2일 공동상해 혐의로 A씨(18)와 B씨(19)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50분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경비원 C씨(79)의 얼굴 등을 때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C씨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 상가건물에서 70대 경비원이 술에 취한 10대들에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손자가 올린 글의 첨부된 피해 사진 [사진 페이스북]

지난 9월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 상가건물에서 70대 경비원이 술에 취한 10대들에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손자가 올린 글의 첨부된 피해 사진 [사진 페이스북]

이 사건은 C씨의 손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해를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누리꾼은 "할아버지가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곳에 4명의 성인 남자가 술을 먹고 소란을 피워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하라.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자 남자 4명이 폭행을 하고 폭언을 했다. 그중 한 명은 '우리 아빠가 변호사'라고 하며 폭행을 했고 할아버지는 '변호사'라는 말에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말도 못하고 폭행을 당했다"고 썼다.
그는 "(폭행한 이들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미성년자이고 술을 마셔서 솜방망이 처벌이 될까 두렵다"며 글을 공유해 달라고도 했다.

경찰, 공동상해 혐의로 10대 2명 입건 #70대 경비원 폭행해 전치 4주 피해 입혀 #피해자 손자가 SNS에 글 올리면서 알려져 #경찰 "가해자 중 변호사 부모 둔 학생 없어"

그러나 경찰 조사에선 글과 다른 내용이 일부 드러났다.
먼저 "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달리 C씨는 A씨와 B씨 2명에 대한 고소장만 제출했다. C씨는 고소장에서 "한 명이 주로 때렸고 다른 한 명은 뒤에서 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1일 이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폭행한 것 같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B씨는 "싸움을 말리기만 했지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이들과 함께 있었던 다른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뒤 B씨에게 혐의가 없다면 A씨에게만 상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고소를 한 상대가 A씨와 B씨였기 때문에 먼저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는 것"이라며 "면밀하게 조사한 뒤 최종 처벌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마크

경찰마크

이들 중 한 명이 "아빠가 변호사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 가운데 변호사 부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이 벌어지자 일행 중 한 명이 '이러면 변호사를 사야 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면서 말렸는데 이게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이들이 고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A씨는 만 18세라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소년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년법 적용 대상이 되면 원칙적으로 형사부가 아닌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를 받는다. 소년부에서 내리는 결정은 보호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사회봉사명령이나 소년보호시설,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 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죄질이 나쁠 경우 검사가 일반 사건과 같이 공소 제기해 형사 재판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재판 중 만 19세가 되면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일반 성인과 똑같은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피해자와 합의하면 재판까지 가지 않는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70대 경비원을 폭행한 10대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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