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22세 동갑내기 홀과 헐 “한국 여자골프 무섭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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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잉글랜드의 22세 동갑내기 찰리 헐과 조지아 홀(왼쪽부터)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린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잉글랜드의 22세 동갑내기 찰리 헐과 조지아 홀(왼쪽부터)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린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잉글랜드 하면 축구를 먼저 떠올린다. ‘종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고, 프리미어리그는 잉글랜드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이 즐겨본다.

4일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개막 #브리티시오픈 우승 등 실력파들 #한·미 주도 LPGA 투어에 도전장 #세계 1위 박성현 “우승 후보” 꼽아

잉글랜드에선 요즘 축구 못지않게 여자 골프가 뜨고 있다.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전면에 나서면서부터다. 조지아 홀(22)과 찰리 헐(22). 잉글랜드 출신 1996년생 동갑내기가 그 중심에 있다. 두 선수는 LPGA 무대에서,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LPGA의 ‘샛별’로 주목받는 두 선수는 4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릴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잉글랜드 대표로 나선다. 이 대회는 한국·잉글랜드·미국·태국·일본·스웨덴·호주·대만 등 8개국이 참가하는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이다. 이들을 2일 대회장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두 차례 참가했던 헐은 세 번째로, 올해 LPGA에 데뷔한 홀은 처음 한국을 찾았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잉글랜드 대표로 나선 찰리 헐(왼쪽)과 조지아 홀.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잉글랜드 대표로 나선 찰리 헐(왼쪽)과 조지아 홀.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홀은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데, 아직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업체(JDX)로부터 의류 후원을 받는 헐은 “내 몸에 맞게 피팅해주는 옷이 마음에 든다. 한국에 올 때마다 기분이 새로운데, 흔치 않은 팀 이벤트 대회로 다시 찾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홀과 헐은 잉글랜드인답게 축구를 좋아한다. 홀은 고향 팀 본머스, 헐은 리버풀의 팬이다. 이와 별개로 나란히 아버지를 따라 시작한 골프로 조국을 빛내고 있다. 2015년 LPGA에 데뷔한 헐은 2016년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해 데뷔한 홀은 더 강력하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잉글랜드 선수로는 1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여자 골프 세계 7위(2일 현재)인 홀은 “잉글랜드 출신으로서 브리티시 오픈을 우승한 건 특별한 일이었다. 그 우승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회마다 남자친구를 비롯해 가족이 함께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시즌을 보내다 보니 결과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올해) 베스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홀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에 헐은 “놀라웠다”며 “친구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내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잉글랜드 대표로 출전하는 조지아 홀(왼쪽)과 찰리 헐.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잉글랜드 대표로 출전하는 조지아 홀(왼쪽)과 찰리 헐.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두 선수는 “우리는 열 살부터 서로 알고 지낸 친구 사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잉글랜드의 여자 골프 기대주로 함께 주목받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LPGA 무대에서도 단숨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 33위인 헐은 올 시즌 3개 메이저 대회에서 톱10에 들었지만, 아직 우승은 없다. 헐에 대해 홀은 “침착하게 시도하는 퍼트 능력이 돋보인다. 나도 따라 배우고 싶은 능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세계 1위 박성현(25)은 “전력이 막강하고 경기력 좋은 선수들이 많은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콕 집어 말했다. 한국과 잉글랜드는 대만, 호주와 함께 A조에 속했고, 6일 조별예선 3차전에서 맞대결한다.

개인이 아닌 팀 매치플레이로 열리는 만큼 선수들 간 호흡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헐도 “(잉글랜드에) 좋은 선수가 많다. 우승도 가능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둘 다 팀 매치플레이 경험이 있는 것도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는 요소다. 헐은 이미 2년 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나서 공동 3위 입상에 힘을 보냈고, 지난해 유럽과 미국이 대결한 솔하임컵에도 유럽 대표로 출전했다. 홀도 지난 8월 유러피언 팀 챔피언십에서 ‘베테랑’ 로라 데이비스와 짝을 이뤄 4강까지 진출했다.

2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공식 포토콜 행사에서 잉글랜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2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공식 포토콜 행사에서 잉글랜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홀은 “이번 대회엔 주장이 없다. 대신 모든 사람이 캡틴”이라며 “편한 선수와 친근하게 소통하면서 우리만의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헐은 “이번 (잉글랜드) 멤버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함께 했던 동료들”이라며 “팀으로 뭉치면 한국은 물론이고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 있다. 우리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말했다. 둘은 이번 대회를 넘어 한국·미국 등이 주도하는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반란을 꿈꾼다. 홀은 “헐과 함께 잉글랜드 골프의 힘을 보여주겠다. 지켜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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