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문건, 신생노조 지원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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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25일 추혜선 의원(정의당)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가 노조 와해 공작을 한다”며 회사가 작성하던 문건과 직원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노사 화합을 위한 통상적인 인사노무업무”라고 맞받았다.

노조가 공개한 문건 들여다보니 #강성노조 부작용·우려 담았지만 #“대립은 노사 공멸의 길” 경계 #처우 개선, 노노화합 등도 언급

이를 두고 포스코 노사의 갈등은 물론 정치권까지 개입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회사의 노사협력방안 문건과 직원 업무수첩 등을 입수했다.

노조는 강성노조를 비판한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새로 설립된 포스코지회를 불온단체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경영비리의혹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안, 현 정부의 노사관계를 평가한 부분도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언론 보도 내용을 정리하고, 문건에 출처를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한 것처럼 적힌 대목은 모 경제신문의 사설을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노조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반박은 대법원에서도 보장하는 회사의 언론자유 영역”이라며 “이를 노조탄압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강성노조로 인한 부작용과 우려는 회사로선 당연한 것”이라며 “부당하게 노조활동에 관여하거나 위축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문건은 오히려 “내부 임직원끼리의 인신공격, 갈등조장은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노사공멸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경계하고 있다. 또 직책자의 힘을 이용한 갑질 행위 근절 방안을 담고 있다. 행사 동원 금지, 회식문화 개선 등을 전개하고, 갑질에 대한 제보를 직원들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새로 생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와 한국노총 노조 간의 갈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양 노총이 조직화 사업에 주력하는 가운데 상대 노조를 비방하는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전한 비판을 넘어선 비방으로 노노갈등이 심화할 경우 회사의 내부 결속력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어느 단체를 지지하는지를 떠나 같은 회사에서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임을 인정하고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와해와는 거리가 멀다.

“비방전은 결국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악영향만 끼칠 뿐이며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인식부터 출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조 간의 화합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인 셈이다.

노조 측은 직원의 업무수첩 내용 중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의 미션’으로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적힌 부분은 노조 와해공작의 증거라는 입장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미션이 문건 등에서 보이는 ‘처우개선’ ‘노노 화합’과 같은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내용이라면 부당노동행위와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수첩에는 ‘적법한 조합활동을 채증하는 것은 문제’라며 노조활동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부노(부당노동행위)로 걸리면 끌려다니게 된다’며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경계했다. 특히 신생 금속노조를 의식한 듯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에도 회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무실과 타임오프(전임자 근로시간면제), 집회, 선전전, 조합활동 계속’이라고 적고 있다.

박지순 교수는 “문건과 수첩에는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고, 노사 화합을 도모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준모 교수는 “노사 협력을 위한 사용자의 노사관계 전략 논의를 지배개입 또는 노조와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인사관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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