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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 혁신 스타트업 발굴해 직접투자 … 예대마진 벗어나 수익모델 다각화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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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량 성장기반 확보 등 하반기 5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량 성장기반 확보 등 하반기 5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금융은 경제와 산업이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다. 사회 곳곳에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 경제 활동이 막힘없이 이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금융이 담당하는 자금 공급이 특정한 곳에만 집중되는 데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 그동안 은행의 자금 대출은 언감생심이었다. 경제에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미래의 성장성만으로는 돈을 빌리기 어려워서다.

국내 은행 첫 벤처 공모 통해 투자 #기업 성장 돕는 ‘생산적 금융’실천

우리은행이 이러한 분위기의 전환에 앞장섰다. 혁신 기업을 발굴한 뒤 직접 투자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은행의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국내 은행 최초로 실시한 벤처기업 투자 공모를 통한 직접투자다. 공모를 통해 혁신성장기업을 발굴하고 은행의 자체 기술평가 역량을 동원해 투자기업을 선정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대상 기업은 창업 7년 이내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 중소법인이다. 투자 규모는 기업당 최대 10억원으로, 앞으로 총 110억원까지 직접 투자할 방침이다.

이미 1차 대상 기업 12곳은 선정됐다. 우리은행은 공모에 참여한 2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성과 사업성 평가 등 내부 심사 단계를 거쳐 50개 기업을 우선 추렸다. 이어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12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투자 방식도 다양하다.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여러 가지 투자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혁신 기업의 발굴 투자를 제대로 하기 위한 조직도 만들었다. 혁신 기업에 대한 자체 평가를 위해 ‘혁신성장센터’를 신설하고 외부에서 기술평가와 산업분석 전문인력 27명을 채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도 만들었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혁신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글로벌 투자은행(IB)처럼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은행도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기존과 다른 아이디어와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기업 투자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긴 여정의 시작인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IB들도 혁신기업 투자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중 앞서가는 곳은 골드만삭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골드만삭스는 테크놀로지 벤처캐피털 회사”라고 선언한 뒤 2015년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19%를 혁신 기업에 투자했다. 우버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가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았다.

JP모건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혁신기업 투자 거점을 마련하고 생명과학과 미디어·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에 정통한 직원을 파견해 현장에서 직접 기업 거점을 발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JP모건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최근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액소니에 3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길이 직접 투자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은행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벤처스가 운영하는 760억원 규모의 기술금융투자펀드에 150억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외 5개사의 벤처캐피털 펀드에 483억원을 출자하는 등 총 7개 펀드에 633억원을 출자하는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7월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펀드’에 50억원을 출자했다. 하반기에는 10여개 혁신모험펀드에 95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들 펀드의 투자 대상은 기술금융 인정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등이다.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우리은행의 간접투자 규모는 1663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1조3059억원)의 12.5% 규모다.

혁신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로 부족한 부분은 특별 자금 지원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경기 침체와 고용 및 산업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영 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2조5000억원의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전국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특별 출연 협약을 맺고 특별협약보증 대출, 최대 1% 보증료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 중심의 지원뿐만 아니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및 지분 인수 등을 통한 직접 투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을 돕는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권의 모범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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