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를 잇는 체육가정을 찾아|농구 김화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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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코트를 떠난 여자농구의 세계적 스타플레이어 김화순(26·전 동방생명)의 집안은 이미 스포츠가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버지 김홍복씨(55)는 40대 후반이면 『아! 그 사람』할 정도로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국가대표 축구팀 부동의 풀백.
『우리집안은 지난 10년간 이산 가족이었어요. 애들이 합숙훈련으로 뿔뿔이 흩어져 운동장에서나 만나곤 했지요. 그러나 모두 자질이 뛰어나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해 보람을 느꼈지요.』 다섯 식구 중 유일하게 비등록선수(거창고 탁구) 출신인 어머니 황숙향씨(51)는 흐뭇하고 대견하단다. 둘째딸 화미(25·전 태광산업)는 국가대표 배구 상비군출신으로 2년 전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화미양은 프로야구 태평양 핀토스팀에 올해 입단한 김진한(포수)선수와 오는 17일 약혼식을 갖게돼 스포츠와 인연을 끊을 수 없게 됐다. 막내 원식(22)은 지난해 10월 상무팀에서 제대, 올해 단국대에 입학한 야구투수. 따라서 김화순 가족은 온 식구가 인기구기종목을 두루 섭렵한 셈이 된다.
『아버지는 과묵한 편이 신데 저희들이 중요한 경기에 나갈 땐 꼭 한마디 「팀플레이를 잊지 말라」는 말을 어김없이 당부하시곤 해요.』 모든 운동소질을 아버지로부터 대물림을 받은 것 같다는 화순양의 설명이다. 『64년 동경올림픽 때 아랍공화국에 10-0으로 참패했을 땐 볼 찬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더군요. 그날 따라 팀웍이 엉망이었어요.』 김홍복씨는 그때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그후 후배들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개인플레이는 팀은 물론 자신마저 망치게 한다고 충고해왔다.
화순양은 오는 3월 17일 KBS경영정보관리실에 근무하는 신용훈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제2의 인생을 찾게 된다. 결승 코트에 나설 때보다 더욱 불안하다는 화순양은 『그러나 농구 볼을 링에 던질 때보다 더욱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살며시 웃는다.
황씨는 결혼했을 때는 축구장으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땐 농구장, 배구장으로 쫓아다니다 이젠 아들·사위 때문에 야구장을 찾게 됐다며 활짝 웃는다. 황씨는 남편·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는 동안 보약에 관한 한 박사학위를 받을만하다고 말한다. 녹용·인삼·개소주 등 몸에 좋다는 보약은 손을 안댄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화순양은 특히 인삼이 잘 맞아 대표선수 10년 동안 인삼에 들인 돈이 아마 집 한채 값은 될 것 같다며 황씨는 그 동안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금년 안에 모두 결혼하는 화순·화미 자매는 자식들도 운동에 소질이 있으면 말리지 않겠다고 했다. 스포츠계 일세를 누빈 김화순 가족은 영원한 스포츠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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